[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튼튼한 곳을 왜 정부가 나서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 "서울 한복판에 녹물이 흘러나오고 장마철엔 빗물이 거실로 흘러 들어온다고 말하면 다 웃어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허가가 나오지 않아요."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이 1기신도시 특별법 제정으로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해당 지역과 서울 지역의 노후 단지 입주민들의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윤 정부는 1기 신도시인 경기도 일산과 성남‧평촌‧산본 등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고 법적 용적률을 기존 300%에서 5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재건축 사업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연한 30년이 된 곳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건축물 노후도와 안전성 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현재 1기신도시에는 재건축 보다 리모델링 추진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용적률이 높은 고밀도 단지가 많았던 만큼, 저밀도 단지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용적률 상향도 기존 300%에서 500%까지는 필요 없다는 게 정비업계 중론이다.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일산이 169%로 가장 낮다. 이어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순이다. 용적률이 200%가 넘으면 재건축을 통한 높은 사업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각종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의무 조성, 초과이익환수제(3000만원 초과시 10~50%)가 적용 되는데 상황에서 분양수익만으로 이를 상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지역 40년이상 노후 단지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인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불과 3곳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현재까지 서울 지역에서 안전진단 절차를 통과한 단지는 ▲서초구 방배삼호 ▲마포구 성산시영 ▲양천구 목동6단지 3개 단지가 유일하다.
이러다 보니 노후화 등 건물의 상태보다는 어느 정권에 안전진단을 추진했는지가 더 관건이 되고 있다. 예컨대 비슷한 시기에 유사 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이 안전진단 신청 시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기 신도시가 아닌 서울 지역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때인 것 같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는 단지는 넘치고 있다. 대기 수요역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렇다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기신도시 특별법이 아닌 서울 지역 재건축 활성화로 이를 통한 공급 확대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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