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 등 공식라인 통한 소통 기능 미숙
여권 실세 출신 없어 과거 정권과는 정반대 형국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대통령실과 집권여당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되는 모습이다. 과거 정권 집권초기에는 청와대가 여당을 장악하고 국정을 이끌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현안을 두고 대통령실이 여권에 이끌려 가는 모양새가 잦아지고 있다.
당정간 긴장모드는 당이 선제적으로 조성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윤핵관'의 핵심이라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대통령실을 직접적으로 공박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도가 대거 나온데 대해 "선거를 앞두고 의도된 악의적 보도가 아니라 실제 대통령실 관계자에 의해 나온 얘기라면 대통령실은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참모진을 강하게 질타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국방부·합참 청사를 첫 방문해 공군 항공점퍼를 입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05.30 photo@newspim.com |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과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은 그 어느 정권보다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며 "대통령의 참모는 대통령의 의중과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살을 붙였다.
이날 장 의원의 훈수는 새 정권 출범초기임을 감안하면 더욱 선례가 드문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언이다.
'원조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인수위 시절부터 최근까지 내각 인사 등에서 깊이있는 훈수를 두고 있다. 1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아빠찬스' 논란을 빚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명 반대 의사를 표명,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관철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에 의해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된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자진사퇴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수석 출신으로 당시 경제정책 운영 실패에 실질적 책임자라는 이유를 들며 책임총리를 압박한 끝에 당의 의견을 관철시켰다는 평가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특별감찰관제 폐지 보도와 관련,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 말 실수를 한 모양"이라며 "대통령실도 (당에) '폐지할 방침이 전혀 없다'고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대통령 참모들의 실수가 있었는데 대통령의 의중이 그러하지 않다는 점을 참모가 아닌 권 원내대표가 해명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정치적 경험이 일천한 윤 대통령을 위해 인사 등 극히 예민한 정치적 현안에 있어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갈무리를 해주는 모양새이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신임 국무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05.26 photo@newspim.com |
정호영, 윤종원 내정자의 거취에 대해 윤 대통령이 상당한 고심을 하던 차에 여권 핵심인사들이 나서서 정리를 해주면서 사태수습 국면을 만들었다는 것이 여권의 지적이다. 특별감찰관제 존폐 문제도 자칫 민정수석실 폐지 등으로 정권초기에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선한 의도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핵관이 대통령의 비선조직화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질문에 "당정과 대통령실은 한몸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여당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대통령실 메시지가 정제되고 오해가 없도록 전해져야 하는데 앞으로 혼선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대통령실이 일단 여권 핵심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양새이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지는 알 수 없어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장 인사나 특별감찰관제 문제 등은 여권 내부에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어서 핵심인사들이 나서 정리한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강력한 반부패 의지나 책임총리제 시행의사를 갖고 있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윤핵관이 과연 십분 파악했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감관제는 전날 폐지가 아닌 확대발전을 구상중이라는 내용으로 언론에 전달됐는데 보도에 혼선이 있었던 사안"이라며 "다양한 국정현안에 대해 공식라인을 통한 당정 소통과 상호이해가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다소 미숙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skc84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