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성증권 발행 급증...투자자 확보 '진땀'
금리·수수료 등 비용 부담 ↑...당국 대책 호소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리 급등으로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빚을 내 자본을 쌓는 자본성증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흥국화재, 코리안리 등 수요 미달 사태까지 나오면서 높아진 조달 비용을 떠안고 있다. 앞으로도 자본확충 계획이 이어지고 있어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지난 31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86.6%인 260억원을, 기관투자자들이 13.3%인 40억원 규모를 배정받았다.
주관사가 대부분의 물량을 받아간 것은 충분한 투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실시한 수요 예측 결과 전체 물량의 10%인 30억원을 모으는 것에 그쳤다. 다만 총액인수계약에 따라 미매각물량은 메리츠증권이 전액 인수했다.
보험사 RBC비율 전망 [그래프=나이스신용평가] 최유리 기자 = 2022.06.02 yrchoi@newspim.com |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도 지난 30일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 미달을 기록했다. 수요 예측 결과 1570억원이 모여 0.79: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희망금리밴드 범위 밖으로 들어온 수요까지 합쳐 2300억원을 발행했지만 당초 증액 한도로 열어뒀던 3000억원을 채우지 못했다.
보험사들이 투자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본성증권 발행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보유한 채권 가치가 하락했다. 지급여력(RBC) 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지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빚을 내 자본을 쌓아야 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시장에는 역대급 물량이 쏟아졌다. 보험사들이 지난 5월까지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조2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수요 부진에 보험사들은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떠안았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자본 조달에 나섰지만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이다.
흥국화재는 희망금리밴드(6.0~6.5%) 상단인 6.5%로 최종 금리를 확정했다. 주관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은 1.25%로 타 보험사(0.15~0.70%)보다 최대 8배까지 높게 책정했다. 코리안리 역시 희망금리밴드(4.4~4.9%) 상단인 4.9%로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3%대 발행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1분기 들어 4% 중후반대로 금리가 올랐고 최근에는 6.5%까지 뛰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RBC 비율 방어와 내년 새 건전성 지표인 K-ICS 대응력을 높이려면 올해 자본성증권 발행물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어 유상증자나 이익유보까지 필요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도 자본확충을 계획하고 있어 자본조달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때문에 건전성 관리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인 금융당국의 결단만 바라보는 분위기다.
보험사 관계자는 "시장에서도 자본확충 수요가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당국의 결정이 길어지는 사이 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마냥 기다리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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