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최고 인플레에 금융시장도 요동
우크라 전쟁 여파로 유가도 연일 상승
우크라 전황도 불리...러시아는 오히려 건재
취임 510일 지지율, 트럼프 보다 낮아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높은 물가(인플레이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목이 잡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개장 초반부터 투매가 이어지며 폭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최근 시장에 대한 회복 기대를 접고,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 닥친 '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주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1981년 12월(8.9%) 이후 거의 41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인들의 체감 경기와 직결된 휘발유 가격도 1갤런당 평균 5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왔다. 지난 달 30일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대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뼈아프게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팬데믹 극복과 경기 회복을 위해 과감하게 재원을 투자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항후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연설에서 최근 높은 유가가 높은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엑슨 등 정유 메이저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탓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잡을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같은 물가 상승과 경제 불안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 소모전 형태로 치닫고 있고, 전황마저도 미국과 서방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전략적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 중심부에서 격전을 벌였지만 러시아군에 의해 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세베로도네츠크가 함람되면 러시아군은 사실상 루한스크주 전역을 장악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진격을 포기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 점령에 화력을 집중했던 러시아 정부와 군의 목표가 거의 달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지만,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러시아 경제 역시 최근 루블화가 안정을 되찾고, 치솟는 유가에 오히려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디폴트(채무불이행)과 경제 위기에 몰아넣으려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서구 동맹들의 계산은 이미 크게 빗나간 셈이다.
내우외환 속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정치분석매체 '538'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 취임 510일째를 맞는 13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1%로 취임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510일째 지지율 41.8%보다도 낮은 것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굴욕을 안겼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민주당으로선 당장 11월 중간 선거에서의 패배를 피하기 힘들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장악력도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존 외교 정책도 수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은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인 빈 살만 왕세자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지만, 유가 인상이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갈수록 깊은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