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등 신종 범죄 악용 막기 위해 처벌 필요성 커"
"과태료 등 행정 제재만으론 부족…실질적 강제력 부여해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일명 '대포폰' 개통에 명의를 제공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개인 명의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 등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 2022.06.16 kimkim@newspim.com |
헌재는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한 사람들은 이동통신시장에 대포폰이 다량 공급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신종 범죄로부터 통신 수신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선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범죄 발생 추세, 대포폰 개통에 명의를 제공한 자가 단속된 건수 등에 비춰볼 때 범죄의 범행 도구로 악용될 위험을 과태료 등 행정 제재만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실질적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해 그 위반 행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입법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로 인한 피해를 더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달리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그 밖에 전기통신사업법은 예외적으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행위를 법에 직접 규정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헌재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7월27일경 인터넷 네이버 카페에서 알게 된 성명불상자들로부터 "선불폰을 개통해주면 1대당 2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휴대전화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 등을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송했다.
성명불상자들은 같은 달 A씨 명의로 ㈜한국케이블텔레콤에 가입된 선불폰과 에스케이텔링크㈜에 가입된 선불폰을 각각 개통해 사용했고, A씨는 그 대가로 2만원씩을 계좌로 송금받는 등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재판 중이던 2019년 4월15일 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 및 제97조 제7호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법 제97조 제7호).
이번 사건은 대포폰 개통에 필요한 명의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이를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들의 실체적 내용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이번 결정에 따라 대포폰 개통에 협조한 자를 처벌하는 근거 조항이 그 정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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