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매각 시작…4000억 자금 확보
한전 경영 정상화 자구책 일환 추진
업계 "출자지분 매각 임시방편 불가"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사상 최악의 적자 늪에 빠진 한국전력이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전기요금 인상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영난 해소를 위해 지난 5월 내놓은 6조원 가량의 자구책의 일환이다.
자문사 선정을 마치고 9월부터 본격적인 처분에 들어가 이르면 연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매각 방식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전기술 지분 매각이 한전 적자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는 만큼 전기요금 추가 인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9월부터 매각 작업 돌입…14.77% 지분 처분해 4000억 규모 자금 확보
26일 한전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어 한전기술지분 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한전이 매각할 한전기술 지분은 14.77%로 4000억원 규모다.
경상북도 김천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기술 본사 전경 [사진=한전기술] 2021.06.08 fedor01@newspim.com |
이사회 안건 통과로 현재는 한전기술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까지 자문사 선정을 마치고 9월부터 한전기술 매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전이 한전기술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는 적자 개선을 위해서다. 한전은 이미 지난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반기에만 1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3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5원 인상했음에도 올해 30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전의 한전기술 지분율은 65.77%다. 한전이 보유한 지분 14.77%를 매각하면 지분율은 51%로 줄어들지만 경영권은 지킬 수 있다. 한시가 급한 한전 입장에서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한전기술 지분 매각은 자구책 일환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매각은 블록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록딜은 주식 대량 매도시 발생하는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이 끝난 후 매수자에게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으로 지분을 넘기는 거래 방식이다. 한전은 한전기술 지분을 연내 처분하는 것을 목표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한전은 지난 2016년에도 블록딜 방식으로 한전기술 지분(5.34%) 매각을 추진했으나 최종 무산된 바 있어 최대한 신중을 기해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매각 시점이 언제까지다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연내 처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고 선정이 되면 적정가격과 방법 등을 논의해 9월부터 매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전 경영 정상화 자구책 일환…업계 "출자지분 매각 임시방편 불가"
한전의 한전기술 지분 매각은 지난 5월 발표한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한전은 '매각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한다'는 원칙에 따라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한국전력공사 사옥 [사진=한국전력] 2020.08.04 fedor01@newspim.com |
의정부 변전소 부지 등 한전 보유 부동산 15개소 매각을 통해 3000억원을 마련하고 1000억원 규모의 그룹사 부동산 10개소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기타 사용 중인 부동산은 대체시설 확보 후 추가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필리핀 세부·SPC 합자사업과 미국 볼더3 태양광 등은 연내 매각을 추진하고 기타 해외 석탄발전소는 단계적으로 철수할 계획이다.
자산 합리화 차원에서 가스 발전사업 매각을 검토하는 등 해외사업 구조조정으로만 1조9000억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전기술 등 한전 출자지분 매각이 임시방편에 불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 적자를 줄이려면 전기요금 인상 등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 지분 매각을 통한 경영난 해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근복적으로 적자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료비 상승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해 재정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3분기 연료비 연동제 분기 상한을 조정해 전기요금 인상폭을 확대한 만큼 4분기 요금 결정시에도 규정을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3분기 전기위원회를 통해 연료비연동제 약관을 개정한 바 있다"며 "향후 연료비 추이를 보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면 연료비 연동제 규정을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