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잘 돼야 너도 잘된다"는 말
위기 상황에 '꼰대의 말'로 평가 절하될 수 없는 이유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식용유 값이 오천원이 넘었다. 위기다.
휘발유 값이 리터당 이천원이 넘었다. 위기다.
삼겹살 값이 한 근에 이만원이 넘었다. 위기다.
[사진=김지나 산업부 차장] |
위기의 징조가 주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 선착순으로 고금리 적금을 들 수 있는 은행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이 유행이라던데, 새벽에 은행 오픈런이라도 뛰어야 하나?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적금 들 돈이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주머니를 잠그는 일 뿐이다.
한낱 개인인 내가 위기를 체감하는데 위기에 재빠르게 반응하는 기업들이 모를 리 없다.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IT 제조업계. 2분기까지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2분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달성했다. 가전과 모바일 사업은 부진했지만, 반도체 사업이 실적을 단단하게 받쳐줬다. SK하이닉스 역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고, 애플 아이폰 판매 호조 덕을 톡톡히 본 LG이노텍 역시 2분기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달성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기업들은 이제 인플레이션, 수요위축, 경기 침체 등 글로벌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기업들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 위기 징조에 대한 우려감을 한목소리로 잔뜩 늘어놨다.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 "하반기 실질적 수요 위축 직면", "최근 경기침체 현실화", "수요 전망 불가피". 개별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각기 다를 진 몰라도, 위기를 마주하는 기업들의 불안감은 같다.
기업들이 마주한 위기가 그저 남일 일 수 없는 이유는 위기 상황에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사람을 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 곳곳에선 이 같은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애플은 긴축경영에 돌입해 채용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 다른 빅테크 업체들도 감원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무풍지대일순 없다. "회사가 잘 돼야 너도 잘된다"는 말이 위기 상황에 단순히 '꼰대의 말'로 평가 절하될 수 없는 이유다.
이미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에 대한 경고등은 켜졌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기업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잘 넘길 것인가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선에서 말이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