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고점 찍고 하락세…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지방광역시 구축 아파트-빌라·단독·다가구주택 타격
전문가들 "대세 하락" vs "조정 국면" 의견 갈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올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빙하기'에 들어선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이후 2~3년간 단기 급등했던 집값으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연이은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지속 등으로 인한 매수세 위축이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인 만큼 침체 국면이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리인상과 더불어 새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 등의 여파도 맞물리면서 고점을 찍었던 집값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은 17주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 집값의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부동산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청약시장의 열기가 살아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지역 내 늘어나는 미분양 주택이 그 방증이다.
특히 내년까지 지방광역시의 구축 아파트나 빌라, 단독, 다가구주택의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되며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2022.09.08 min72@newspim.com |
◆ 집값 하락에 거래량 '뚝'…청약시장도 '썰렁'
한국부동산원의 8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5% 하락하며 17주째 내림세를 보였다. 서울(-0.11%→-0.13%)과 인천(-0.26%→-0.29%), 경기(-0.20%→-0.21%), 5대광역시(-0.16%→-0.18%)는 하락폭이 확대됐다. 8개 도(-0.06%→-0.05%)는 하락폭을 유지했다.
전셋값 역시 -0.15%를 기록해 전주(-0.13%)보다 하락폭이 늘었다. 서울(-0.09%)은 12주 연속 전셋값이 하락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신규 전세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매물가격 하향 조정으로 하락폭이 커졌다. 인천과 경기는 각각 -0.34%, -0.22%를 기록했고 지방광역시는 ▲광주 -0.06% ▲부산 -0.13% ▲울산 -0.15% ▲대전 -0.27% ▲대구 -0.27% 등으로 집계됐다.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거래량 역시 줄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전국에서 신고된 주택 매매량은 3만9600건이다. 전월(5만304건)보다 21.3% 감소했으며, 전년 동기(8만8937건) 대비 55.4% 급감한 수치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3만건대로 떨어진 것은 2013년 7월(3만9608가구) 이후 약 9년 만이다.
주택 거래 자체가 크게 감소하면서 청약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고 무순위 청약도 실패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지난 8월 30일부터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일반분양 134가구 모집에 114명만 신청해 평균 경쟁률 0.85 대 1을 보이며 미달됐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도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총 16개 주택형 가운데 4개 주택형이 미달됐다.
이들 단지는 각각 7호선 천왕역과 남구로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로 올해 서울 지역에서 나온 미분양 주택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 집값 5% 이상 하락...구축 아파트·빌라 등 타격
업계에선 내년까지는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하락률이 5~1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지방광역시에 위치한 구축 아파트와 빌라·단독·다가구주택 위주로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은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됐다는 신호,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호가 나타나기 전에는 부동산시장 빙하기가 불가피하다"며 "매매시장과 분양시장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 분양시장에서도 분양가와 입지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월세시장 역시 매매시장과 동조화 현상으로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 전문위원은 "매매나 전세를 구할 때 대출이 필수"라며 "금리가 오르면 집 가진 사람은 하우스 푸어, 전세거주자도 렌트 푸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규제 완화가 선거 이전의 예상처럼 단기에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변동률 평균이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기존의 공언처럼 부동산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확신하기가 어렵다"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지연 논란으로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추가 금리 인상 등 우려로 서울 아파트값은 13주 연속 하락하고, 낙폭도 3년 5개월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1% 하락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2.08.26 mironj19@newspim.com |
◆ '대세 하락' vs '조정 국면' 전문가 의견 '분분'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이 '대세 하락'과 '조정 국면'으로 갈리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급등에 따른 자금조달 이자 비용과 가격 고점 인식, 경기둔화에 대한 리스크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제 전반에 크러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세 하락을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는 조정기로 판단된다"면서 "지난해까지 단기 급등했던 가격으로 인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연이은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지속 등으로 매수세 위축이 (부동산 침체기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후 매수 진작을 위한 대출규제나 거래세 등의 규제 완화가 있게 되면 시장은 바로 회복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세 하락은) 급매물, 미분양 급증 등 매물이 적체돼야 한다"면서 "아직은 아닌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물가도 동반 상승하면서 경기침체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부동산시장에는 악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간다면 대세 하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역시 부동산시장의 현 상황이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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