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차례상 간소화 내용 담긴 표준안 발표
주부들 "표준안 알지만 곧바로 바뀌긴 힘들어"
준비 부담 덜기 위한 차례상 문화 조성 필요해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신정인 인턴기자 =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을 반영한 '차례상 표준안'이 나왔음에도 실제 관습이 바뀌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차례를 준비하는 주부들 대다수가 간소화 및 차례상 표준안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뉴스핌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과 중구 남대문시장 등을 방문해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상인이 제수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2022.09.07 kh10890@newspim.com |
◆ 국민 10명 중 4명 "차례상 간소화해야"
앞서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5일 추석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표준안에는 18~20가지 음식을 올리던 기존 차례상을 간소화해 최대 9가지로 줄이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이나 튀김류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는 대국민 설문조사가 반영된 결과다. 성균관 측이 지난 7월 28∼31일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0.7%가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차례상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로는 49.8%가 5∼10개를 꼽았다.
박광춘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총무국장은 "표준안은 명절에 대한 심적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반드시 따라야 한다'기 보단 간소화 방안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주부들, 차례상 표준안 환영하지만..."쉽게 바뀌지 않을 듯"
표준안에 대해 주부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업주부인 김경희(64) 씨는 "코로나나 경제적 상황을 생각해도 그렇고 다들 바쁘고 피곤하다"며 표준안에 공감했다. 이어 "전통적이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만 할 필요 없이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 차리는 게 낫다"며 "돌아가신 분도 중요하지만 가족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2022.09.04 leehs@newspim.com |
그러나 이번 표준안 발표로 차례상 문화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추석 때마다 약 50가지 음식을 올린다는 장모(59) 씨는 표준안에서 전‧튀김류가 제외되는 부분에 대해 "전 부치는 게 허리도 아프고 제일 힘들다"며 적극 찬성했다. 다만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나 어머니가 해오셨던 게 있어서 바뀌긴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간소화를 찬성한다는 이서영(39) 씨도 "그동안 차나 과일만 차려도 된다고 듣긴 했는데 어머님은 그렇게 못 하시더라"며 "차례상을 간단히 차린 적도 있었지만 결국 원래대로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일각에선 간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반찬가게에서 만난 이종순(60) 씨는 "차례상에 30가지 정도 올리는데 8남매라 며느리만 여섯"이라며 "다 같이 모여 준비하니 괜찮다"고 말했다.
◆ "문화 계승도 중요하지만 융통성 있는 차례상 문화 필요해"
전문가들은 보다 융통성 있고 간소화된 차례상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돌아가신 분을 추억할 수 있는 문화 자체는 중요하다"며 "다만 무리하게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보단 요즘 분위기에 맞춰 간소화하는 것이 전통을 유지하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절 문화나 형식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실현하는 데 있어서 융통성이 필요하다"며 "일단 차례상 표준안이 생긴 만큼 주부들 입장에서도 훨씬 부담이 덜 해질 것 같다. 기본 형식은 살리면서 방식만 간소화하니까 전보다 나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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