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실망감" 바이든, 전략비축유 방출 등 대응 예고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플러스(+)의 감산 결정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유가 100달러 불안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각) OPEC+는 하루 200만배럴(bpd)의 감산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지난 2020년 3월 수요 감소를 우려해 일일 580만배럴 감산에 나선 이후 최대 규모의 감산이다.
지난 6월 120달러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던 국제 유가가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며 최근 OPEC+가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90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의 양대 생산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표단을 인용, 이번 감산의 주요 논점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이 펀더멘털 상황을 이유로 OPEC에 감산에 나서지 말기를 요청했으나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OPEC+가 2년 반 만에 최대 규모 감산에 나서자 유가는 바로 급등했다.
감산 결정이 기정사실화된 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전날보다 3.46% 뛴 86.52달러에 마감됐고, 본격 감산이 발표된 5일에는 1.24달러(1.43%) 오른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도 이미 4일 전날보다 3.31% 오른 91.80달러에 마감됐고, 5일에는 1.7% 더 상승해 배럴당 93.37달러를 기록했다.
OPEC+의 감산에 유가가 치솟자 일각에서는 유가 100달러 시대가 다시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대규모 감산이 현실화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고, JP모간은 미국이 석유 재고 방출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점쳤다.
실제로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OPEC+의 감산 결정에 강한 실망감을 표시하며 전략비축유 방출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5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부정적인 영향에 글로벌 경제가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결정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성명은 이어 "국제 에너지 공급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이번 감산 결정이 저소득 또는 중간 소득 국가들에게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