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배달앱 비용은 고정지출
부담 가중에 소외되는 사장님들
수수료·광고비 인하가 '상생'의 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2일 배달 중개앱 3사 대표들을 만나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인상 등의 문제를 법적 제재 대신 업계의 자율규제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소상공인과 플랫폼 기업이 자율적으로 상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상생협력의 방안도 주체마다 전부 다른 상황이다. 배달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배달의민족을 중심으로 해당 논란을 살핀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인턴기자 = #.자영업자 A씨는 지역 10곳에 꽂아놓은 깃발이 골치가 아프다. 다른 가게가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깃발을 포기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깃발'은 배달의민족 상품인 '울트라콜'을 부르는 은어다. 원하는 지역에 가게를 노출해야 할 때 8만8000원을 내고 광고를 신청한다. 지역별로 광고 범위를 넓히는 걸 두고 자영업자들은 '깃발을 꽂는다'고 말한다.
A씨의 고민은 최근 매출 악화에서 시작됐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배달이 줄었고, 올해 들어 식재료 비용도 올랐다. 이전에는 깃발 하나에 매출액 100만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A씨의 매출은 올들어 반토막났다.
◆ 자영업자, "비용 인하가 상생협력"
이런 상황에서도 A씨는 당장 깃발을 뽑을 수 없다고 전했다. 배달앱 관련 비용이 고정비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8~9개 깃발을 꽂는 업체들도 흔하다. 깃발을 20개 가진 매장도 있는데 광고를 줄였다간 경쟁력 하락은 눈에 선하다.
[배달앱 상생의 길은] 글싣는 순서
1. 물가 뛰는데…수수료·광고료 '삼중고'
2. 배민, 영업비밀 사장님과 공유하며 '상생'
3. '자율'에 맡긴 상생, 최소한의 규제 필요할까?
최근 이어지는 고물가에 프랜차이즈 업체까지도 불편을 호소한다. 한 자영업자에 따르면 본죽, 도미노피자, 피자헛 등은 배달통에 홈페이지나 자사 앱에서 직접 주문해달라는 문구를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배달플랫폼 내에서의 결제를 최대한 꺼리는 것이다.
배달앱 비용 인하 요구는 그 역사가 오래됐다. 2020년 중소기업연구원이 실시한 '배달플랫폼 관련 음식점주 설문조사'에서도 '광고비 및 수수료 과다'를 지적한 응답이 선택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수료 불만은 배달앱 초창기부터 제기돼 왔다"며 "리뷰 별점 등 다른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지만, 유독 수수료 문제만 제자리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중소기업연구원] |
◆ 시장점유율 69%…배민, 다양한 모델로 부담 얹어
배달의민족은 다양한 모델에서 수익을 얻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주문중개모델(MP) 모델인 울트라콜과 오픈리스트, 자체배달(OD) 모델인 배민원 총 3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MP모델만 있는 요기요, OD모델만 있는 쿠팡이츠와는 사뭇 다르다.
그중 '배민원'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비용을 시장참여자들에게 떠넘긴 사례다. 2021년 쿠팡이츠 단건 배달이 치고 올라오면서 배달 시장의 고객이 분산됐다. 이에 배달의민족도 같은해 6월 '배민원'을 출시해 출혈경쟁을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은 배민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른 경비는 지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장님들은 배민원을 안하고 싶어하는데, 같은 음식 팔았을 때 울트라콜보다 배민원이 더 손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 역시 배달의민족의 다양한 상품이 부담스럽다고 전해왔다. 배달의민족이 상품을 출시하면 군말없이 구독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달3사에서는 68.9%를, 배달앱 전체 시장에서는 57.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범위를 포장까지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발이 일자 지난 9월 '0원 수수료' 정책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배달플랫폼은 배달을 중개하는 건데, 왜 소비자가 직접 와서 받는 포장주문까지 개입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인턴기자 = 명동의 좁은 골목에 가게들이 몰려 있다. 2022.10.06. hello@newspim.com |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비용과 관련된 고충을 겪는 한편, 최근 배달플랫폼이 얻는 수익은 양호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 수요가 줄어들면서 배달라이더에 투자하는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단건배달 시장에서 플랫폼들은 배달라이더를 '모시기' 위해 경쟁적으로 할증 혜택이나 프로모션을 제공했으나,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는 "요새는 콜이 없어서 배달앱 측에서 프로모션도 거의 붙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할증 이벤트를 제공했지만 올해부터는 새로운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비용 논란에 배달의민족 측은 업주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왔다고 반박한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민의 기본형 중개수수료는 6.8%인데,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이라며 "광고료와 중개료의 경우 수년간 가격을 동결해왔거나 기존 요금제 대비 요율을 낮춘 요금제를 새롭게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부담해왔다"며 "이로 인해 작년까지 적자를 기록해왔다"고 덧붙였다.
◆ 정책도 무용지물, 소외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플랫폼 비용은 자영업자의 경제상황을 악화시킨다. 경기도 화성에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B씨는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면 돈이 곧바로 들어오는데, 배달앱은 중개수수료나 광고비 등 떼는 게 많다"고 말했다.
배달플랫폼은 자영업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취하고 있다. 중개이용료 6.8%과 사장님 부담 배달비를 합하면 수수료율은 10%에 달한다. 반면 자영업자의 사업소득률은 한자리 수에 그친다.
배달플랫폼 수수료에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지난해 정부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카드수수료를 1% 이하로 낮췄다.
하지만 배달플랫폼에서 자영업자들은 5%에 가까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카드수수료에 결제수수료를 더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정책 혜택을 보는 건 소비자가 매장에 직접 왔을 때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경제주체인 소상공인이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소상공인들은 생산과 공급 등 시장을 활발하게 돌아가게 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이 같은 상황은 문제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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