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두 정상 마주 보려면 '의제' 합의 선행돼야"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양자회담 계획이 아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독립 34주년 기념식에서 "정상 간 대화 형식이 (전쟁을 끝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푸틴과의 양자 정상회담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스 켈로그 미국 특사와 서방 관리들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연설하며 러시아를 "평화로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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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8월 24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크라이나는 의회에서 옛 소련에 대한 독립선언법이 통과된 1991년 8월 24일을 독립기념일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는 다시는 러시아인들이 '타협'이라고 부르는 수치를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겐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는 오직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독립기념일을 맞아 러시아 전역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하루 동안 12개 이상 지역에서 최소 95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상회담을 중재하려는 시도를 벌였지만, 지난 금요일 러시아가 푸틴-젤렌스키 회담을 당장 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평화 협상 기대감은 후퇴한 상황이다.
이어 이날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NBC 방송의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전쟁 종식을 위한 정상회담은 아직 멀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의제'를 준비해 놓고 있으며, 양측이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이 의제에 합의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든 것에 '아니요'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계획된 회담은 없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가 밝힌 사전 조건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불가입 ▲"영토 문제 논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 철회" 등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기자들에게 "푸틴과 젤렌스키가 함께 협의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면서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마치 기름과 식초 같다. 두 사람은 당연한 이유로 서로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지켜볼 것이다. 내가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도 보겠다. 사실 나는 끼어들고 싶지 않고, 그들이 직접 만나서 해결책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내 미국 공장을 공격한 데 대해 러시아 제재 가능성도 다시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무엇을 할지 결정할 것이다. 매우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며, 그것은 대규모 제재가 될 수도, 대규모 관세가 될 수도, 둘 다일 수도 있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건 너희의 싸움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