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5개 기관 20명 검찰에 수사 요청
"사건 인지 후에도 조치 미실시...컨트롤타워 부재"
"피살·소각 은폐하고 첩보는 삭제, 인지시점도 조작"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결과 전 정부 국가안보실·국방부·통일부·국정원·해경이 조직적으로 정보를 은폐하고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서훈, 박지원 등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13 kimkim@newspim.com |
감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실지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당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 씨는 2020년 9월 21일 오전 1시 58분께 소연평도 남방 2.2km 지점에서 실종됐다.
22일 15시 30분경 실종 지점에서 27km 떨어진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1차 발견됐으나 밧줄에 연결된 채 해상에서 계속 표류했다.
북한군은 19시 40분께 이 씨를 잃어버렸으나 이후 20시 50분경 최초 실종 지점에서 38km 떨어진 등산곶 인근 해역에서 다시 발견했다. 이후 21시 40~50분 사이 이 씨를 피살 및 소각했다.
해경은 이 씨가 실종된 지 약 11시간이 지난 12시 51분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다음날 합참은 16시 40분, 안보실은 17시 18분에 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을 인지했으며 18시 36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최초 서면보고를 보냈다.
안보실장 주재 관계장관회의는 23일 오전 1시에 이뤄졌으며 여기에서 군 첩보내용이 공유되고 자진 월북 가능성이 논의됐다. 08시30분 대통령 최초 대면보고가 이뤄졌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국민들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된다"고 언급했다.
24일 오전 8시 안보실장 주재 관계장관 회의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국방부의 분석이 보고됐으며 이 내용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됐다. 이후 11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방부 입장문이 발표됐으며 오후 17시에는 해경에서도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브리핑이 실시됐다.
해양경찰청 청사[사진=해양경찰청] 2021.12.29 hjk01@newspim.com |
◆ 인지 후에도 퇴근하고 조치 미실시...국가위기관리 컨트롤 타워 부재
감사원은 5개 기관에서 당시 위기관련 메뉴얼에 따른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안보실은 22일 17시 18분경 북한 해역에서 이 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았으나 대북 통지 등의 주관부터인 통일부는 제외한 채 해경 등에만 상황을 전파했고 대응 방향을 결정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18시 36분경에는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한 뒤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안보실장 등 주요 간부들이 19시 30분경 퇴근하는 등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역시 북한에 의해 국민이 억류된 경우 취해야 할 군사대비태세 강화나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검토하지 않은 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군에서 대응할 것은 없다'고 결론짓고 회의를 종료했다.
이후 19시 40분경 월북 의사 표명 첩보를 보고받은 뒤에도 북한이 인도적으로 실종자를 구조할 것으로 기대한 채 군에서 조치하기는 어렵다면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통일부는 국정원으로부터 발견 정황을 최초 전달받은 뒤 수차례 통화를 하며 이 씨의 상황을 파악했으나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거나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국정원으로부터 22시경 추가적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후 상황을 종료했다.
감사원은 당시 담당국장이 장, 차관에게 관련 상황을 보고하지 않은 채 22시 30분경 퇴근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당시 안보실로부터 정보가 보안사항이라는 통보를 받은 뒤 수색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채 구조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국방부의 검토 결과를 들은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11.03 dlsgur9757@newspim.com |
◆ 피살, 소각 사실 은폐하고 첩보 보고서 삭제...인지 시점도 조작
아울러 23일 이후에는 안보실과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경에서 인지 시점을 은폐하고 자료를 삭제하는 등 관련 사실은 은폐하려는 정황도 드러났다고 봤다.
안보실은 23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가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 이 씨의 피살, 소각 사실을 제외했다.
국방부는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23일 해경 장관의 지시에 따라 퇴근한 실무자를 다시 불러들여 군사정보체계(밈스, MIMS)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또 23일 13시 30분경 기자단에 배포한 문자메시지와 16시 35분경 대북전통문에도 피살 사실은 제외하고 실종 상태인 것처럼 기재했다.
국정원 역시 23일 새벽 첩보보고서 등 총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현재 국정원은 이에 대한 자체 조사를 통해 박 전 원장을 고발한 상태다.
통일부는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국정원으로 최초 전달받은 22일 18시가 아닌 이 씨 피살 이후이자 장관이 최초로 인지한 23일 1시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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