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다올·한국투자·키움·흥국·고려·HB 등 5%대 인상
시중은행 4%대 후반 나와 고객 이탈 방지 차원
대출금리 제한에 저신용자 위주로 여신 축소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저축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 5%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법정최고금리가 제한된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상은 부담스럽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비대면 영업으로 금리에 민감해진 고객들이 시중은행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18일 저축은행 업권에 따르면 DB저축은행은 전날 모바일과 지점에서 판매하는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했다. 그 중에서도 모바일로 판매하는 '회전식예금 M-드림빅 정기예금'은 최고 금리 5.5%로 가입할 수 있다. 창구에서 가입하는 '드림빅 정기예금'은 5.4%로 올렸고, '모바일 전용 M 정기예금(1년 만기)'는 5.4%를 적용했다.
DB저축은행 CI [CI=DB저축은행] |
다올저축은행도 거치식 정기예금 상품인 '파이(Fi) 리볼빙 정기예금', 'Fi 정기예금', 'Fi 저축예금' 등 주요 예금상품의 금리를 최대 0.85%p 올렸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Fi 리볼빙 정기예금'은 비대면 가입 시 연 5.20%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HB저축은행이 연 5.5%의 상품을 제공 중이고, ▲한국투자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흥국저축은행 ▲키움저축은행 등이 12개월 만기 기준 연 5% 이상의 예금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다올저축은행] |
저축은행 예금상품의 금리는 영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시중은행 수신금리와의 격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저축은행의 수신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으면 고객들은 굳이 저축은행의 상품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년만에 3%로 올리고, 연내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시중은행에서 4%대 후반의 예금 상품이 출시되자 저축은행들도 수신상품의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저축은행에게 매우 부담스럽다. 은행의 수익은 수신금리와 여신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예금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도 함께 올려야 하는데, 대부업법상 법정 최초금리가 연 20% 이하로 고정돼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 내부에서는 수익 창출보다 고객 추가 이탈 방지를 위해서라도 수신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신고객의 대부분이 지난해 예금상품의 금리가 2~3%일 때 들어온 고객들"이라며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수신고객이 대거 이탈 중이고, 그만큼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가입이 가능해진 점도 저축은행 고객 이탈에 불을 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창구영업으로 가입한 고객의 이탈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비대면 가입은 금리 민감도가 더 높기 때문에 시중은행이나 다른 저축은행 상품의 금리가 오르면 바로 갈아탈 여지가 높다"며 "코로나19로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수신고객의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토로했다.
무리한 수신금리 인상은 여신 규모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 내부에서는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에서 내몰린 취약 차주들의 불법사금융 노출 가능성이 높아져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성장 속도가 가팔랐던 여신 부문 규모를 줄이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며 "법정최고금리가 다시 오르지 않는 이상 장기 건전성에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