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투협회장과 증권사 사장단 만나 논의
금융당국 제안…"주주, 이사회 설득 명분없어"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투자협회가 레고랜드 사태로 중소형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대형 증권사에 1조원 규모의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형 증권사는 '배임' 가능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의 반시장적 결정으로 발생한 '정책 실패'인데 주주와 이사회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주재로 주요 증권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 9개사다.
[서울=뉴스핌] 나재철 금투협 회장 [사진=금투협] |
회의는 대형 증권사들이 자금을 모아 중소형 증권사들을 돕자는 취지이고, 회사 규모에 따라 사별로 500억∼1500억원을 지원해 최대 1조원 규모로 제2의 채안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 논의됐다.
이번 회의 개최는 금융위원회의 요청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회 '금융의 날' 기념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가 부족하다면 더 늘릴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배임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증권사들이 특정 상품을 취급하다 사고를 쳤거나 모럴헤저드로 발생한 게 아니다"며 "강원도의 반시장적 결정으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사 지원도 부당하다는 말이 나올텐데 중소형 증권사 지원을 위해 자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으론 주주와 이사회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공식적으로 조성을 요청하는 것도 아닌 증권업계의 자율적인 조성하는 모양새"라며 "결국 책임도 증권사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