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조+α' 투입에도 유동성 악화 여전
신용스프레드 1.623%p, 13년6개월만 '최대'
CP 91일 금리 5.300%, 연일 연고점 경신
기업 자금 조달 악화→금융기관 손실 '악순환'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 정부의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에도 자금시장에서 유동성 악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어음(CP) 금리는 연고점을 또 경신했고, 원·달러 환율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확대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에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손실이 커져 대출 여력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 3년물 간 금리 격차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는 162.3bp(1bp=0.01%포인트)로 벌어졌다. 국고채 금리는 3.804%까지 떨어진 반면, 우량등급 회사채(AA-등급) 3년물 금리는 연 5.427%로 올랐다.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2022.11.18 byhong@newspim.com |
이는 지난 2009년 5월 16일(165bp) 이후 13년 6개월 만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며, 코로나19 위기시 고점(78bp)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단기자금 시장 안정 여부의 바로미터인 CP 금리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마감가 기준 CP 91일 금리는 4.0bp 오른 5.300%을 기록했다. 올 초 1.55%였던 CP 금리는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급격히 올라 지난 9일 5%를 돌파한 뒤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CP는 기업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빌릴 때 발행하는 어음으로, CP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매파적 발언에 다시 134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5.9원 오른 1345.0원에 개장했고, 장 초반 1346.3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각)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현재 금리수준이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며 "정책금리가 최소 5.0%~5.25%까지 오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확실히 멈출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 상승은 원자재 가격, 경기침체 등과 더불어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를 초래한다.
이 같은 수치들은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국 은행 대출 여력마저 낮춰 자금시장 경색을 심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기업 수익 악화는 기업에 대출을 실행하거나 회사채를 보유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조달경로 악화로 인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취약차주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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