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운영사 책임 찾기 어려워
'지난 2월 방음터널 감사원 지적 후 지침 개정 중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와 관련한 수십명의 사상자에 대한 보상주체는 처음 화재가 일어난 트럭 차주와 보험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화재는 처음 트럭에서 발생한 만큼 트럭의 보험사에 1차적 보상 책임이 있다. 하지만 방음터널에 불일 옮겨 붙으며 대형 화재로 번진 만큼 내화지침 등의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고속도로 운영사인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주)'측도 피해 보상을 해야한다.
다만 고속도로 건설기준을 위반한 것은 아니며 건설 주체도 현 운영사가 아닌 만큼 가연성 재질 방음판 사용에 대한 책임을 현 운영사에 묻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관리부실이라고 지목하기도 모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보상 책임 발화 트럭의 보험사에 집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3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화재에 대한 보상 및 처벌은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고속도로 운영사의 규정 위반 사항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화재의 원인을 제공한 트럭 차주와 보험사에 보상책임을 묻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단 국토부는 정밀 조사를 한 후 처벌대상과 보상 주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한 경찰조사가 나와야 보상 주체를 정리할 수 있다"며 "트럭에서 발화됐지만 과실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보상 주체와 비율이 나눠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이후 화재 원인에 대해 소방당국과 합동감식 등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방음터널 화재사고 현장에 전소한 차량들이 널브러져 있다. 2022.12.30 pangbin@newspim.com |
사고 지점은 민자고속도로로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주)가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구간 대비 저렴한 재질로 방음벽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공사는 '폴리카보네이트(PC)'를 사용하는 반면 해당 구간은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이 적용됐다. 둘 다 열을 가하면 녹는 성질을 갖지만 저렴한 PMMA가 화재에 더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건설 당시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다만 현재 기준의 내화지침 등은 강화됐는지, 여기에 부합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토부는 지난 2월 감사원이 방음터널 방음판이 화염에 취약할 수 있어 화재 안전기준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데 대해 관련 지침을 강화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운영사의 책임을 따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 당시 내화기준을 위반 것이 아니며 가연성 방음판을 사용 못하도록 한 규정도 없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사고 상황을 볼 때 운영사나 고속도로 건설 민자사업자의 잘못을 딱히 따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도 책임을 물을 순 있겠지만 책임소재가 명확한 중대산업재해처럼 경영자(고속도로 운영사)의 처벌까지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 주체는 결국 트럭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인 배상책임은 처음 발화된 트럭의 차주와 보험사가 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 화재의 경우도 처음 발화한 주택 소유주가 배상 및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운영사측도 보상을 해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지 못한 점도 관리부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조사결과 이 부분이 관리부실로 확정되면 운영사인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주)도 처벌 대상이 되며 보상을 해야한다. 또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 운영사측에 보상 판결일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과거 한국도로공사 관할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난 경우 도로공사측은 일부에 대해 처벌을 받고 소송에 따라 손해 보상도 했던 적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대시민재해는 산업현장의 근로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당한 사고를 말한다. 중대시민재해로 확정되면 해당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는다.
중대시민재해 판단 역시 경찰의 조사결과로 정해진다. 다만 중대시민재해 역시 중대산업재해처럼 확정하긴 쉽지 않것으로 보인다. 중대시민재해 요건은 시설설치설계관리결함으로 시민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다. 이에 따라 관리결함이 있는지가 증명돼야 한다.
다만 터널 교량붕괴와 시설물 결함이 아닌 트럭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중대시민재해 확정은 모호한 것으로 진단된다. 중대시민재해로 결론이나더라도 관리주체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처벌받지만 그것을 확정하지 못한다면 처벌 받지 않을 수 있다. 중대시민재해는 경찰이 결정한다.
앞서 29일 오후 1시 49분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화물차량에서 시작된 불이 터널 방음벽으로 순식간에 번지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밝혀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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