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게임산업 매출 22조...글로벌 4위
[서울=뉴스핌] 김양섭 중기벤처부장 = 최근 게임업체들이 모처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중국에서 '판호'를 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판호는 '출시 허가' 같은 개념인데, 중국 판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논리적으로 상당히 하기 어렵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그만인 것이다. 이유나 예정 시기 등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없다. 정치, 외교적인 이해관계가 많이 작용할 것이라는 추정 뿐이다. 게임 산업이 이런 불확실성이 높은 이벤트에 울고 웃는다는게 사실 조금 슬픈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불확실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업계 사람들도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7% 증가한 2197억5800만 달러.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7.6%로, 미국(22.0%), 중국(20.4%), 일본(10.3%)에 이어 4위다. 4위라고 하더라고 굉장히 높은 수준이고, 산업으로서의 전후방 효과도 상당히 큰 편이다. 2021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20조9913억원으로 집계됐고, 2022년 전망치는 22조7000억원이다.
게임 산업은 국내 전체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지만, 국내 규제는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상당히 강한 편이다. 1~2년전부터 세계적으로 광풍이 불었던 '플레이투언(P2E, Play to earn, 놀면서 돈을 버는)' 게임을 국내에선 아예 할 수 없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거의 모든 게임업체들이 P2E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상당수는 이미 출시했지만 모두 해외용이다. 국내에선 '사행성 규제' 때문에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따라 사행성을 유발하는 게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게임법 제32조 1항7조에는 게임을 통해 얻은 유무형의 재화 환전을 금지하고 있다. 제28조 3호에는 경품 제공을 통한 사행성 조장을 금지하고 있다.
P2E를 국내에서 할 수 없으니 일부 창업가들은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아예 해외에서 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규제 때문에 생기는 '국부 유출'이라는 언급도 하고 있다. 고급 두뇌가 해외로 유출되는 측면도 있고, 그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생길 고용 효과 등도 모두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정부든지 출범 초기엔 항상 규제 개혁, 규제 혁신 등을 언급해왔고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선 당시에는 게임과 관련된 몇가지 공약들이 있었지만 취임 이후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일관되게 게임 산업에 대해 '무관심'을 보여왔다. 그나마 정치권 일각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업계나 학계 일각에선 P2E를 우선 규제 샌드박스에 넣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때, '선허용 후규제'로 사업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우선 서비스를 하고 그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합리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제도다. 신기술 및 서비스의 실증 테스트를 통해 정교한 규제 방안 마련이 가능하다.
더 늦기전에 정부는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사안을 들여다 봐야 한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경쟁자들이 빠른 속도를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