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DGB생명·처브라이프 공시이율 인하
공시이율 올린 일부 생보사들도 '찔끔' 올려
지난해 마케팅 과열·리스크 관리 차원 '디마케팅'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저축보험 수요가 많은 연초에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오히려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낮추고 있다. 생보업권을 둘러싼 영업환경에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 2023.01.09 chesed71@newspim.com |
9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달 저축보험 공시이율을 2.90%로 전월보다 0.10%포인트(p) 내렸다. DGB생명도 연금·저축보험 공시이율을 2.52%로 전월보다 0.08%p, 처브라이프생명도 연금·저축보험 공시이율을 2.91%로 0.25%p 인하했다.
저축보험은 보험료를 일정 금액 납부하고 만기 때 총 납부액과 이자가 더해진 환급금을 받는 상품이다.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이 오르면 보험금이나 환급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도 늘어 보험계약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증가한다. 또,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신고 때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어 연초에 '13월의 월급'을 노리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린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통상 연초에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올려 마케팅을 강화한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0.05%p, 삼성생명은 0.02%p, DB생명은 0.05%p, 동양생명은 0.10%p, 메트라이프생명은 0.04%p, 푸본현대생명은 0.08%p 올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의 인상률이 높아진 시중금리 대비 다소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공시이율을 낮추고, 인상폭을 줄이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이미 지난해 보험사들 사이에서 고금리 저축보험 경쟁이 과열된 바 있기 때문이다. 저축보험은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10년 단위로 해지가 이뤄지는데, 국내 보험사들이 지난 2012년 저축보험의 판매량을 크게 늘리면서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물량이 대거 발생한데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보험사들은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연 복리 5%대의 상품을 쏟아냈고,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저축보험에 대한 지나친 과당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생보사들의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일상화된 '복합 불확실성' 환경이 도래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산업이 고금리 환경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축보험보다 종신보험 판매에 더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은 유동성 리스크가 크지 않은 산업이나, 지난해에는 금리가 급등해 저축보험에서 역성장이 발생하고 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므로 보험산업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금리만으로 경쟁하는 저축성상품보다 장수와 조기사망 위험을 보장하는 연금보험, 종신보험 공급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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