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르포] "설 대목? 그런 게 어딨어" 소비 한파에 시장 상인들 한숨

기사입력 : 2023년01월21일 07:00

최종수정 : 2023년01월21일 07:00

명절 목전인데 인적 드물어
"가격 올렸더니 눈길도 안줘"
물가 폭등에 손님들도 '한숨'

[서울=뉴스핌] 조재완 신정인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서울 전통시장엔 강추위보다 매서운 소비 한파가 불었다. 고물가 행진 속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소비 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 겨울 재유행까지 이어지자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자조 섞인 한숨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설 명절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오후 12시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입구.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사람이 없어 을씨러스러운 모습이었다. 2023.01.19 chojw@newspim.com

◆ 원재료값 폭등에 가격 올렸더니 발길 '뚝'…상인들 '울상'

"명절 대목? 그런게 어디 있어.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값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아예 안 사가. 다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졌다니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한과를 판매하는 이명희 씨(69·가명)는 최근 상권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말을 이어가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씨는 진열대에 놓인 한과 상품을 가리키며 "작년 설엔 1만원에 팔았는데, 올해는 1만5000원에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4가지 종류 한과가 각 4개씩 들어있는 상자였다. 그는 "고작 5000원 올렸을 뿐인데 사람들이 너무 비싸다고 한다"며 "다들 5000원이 없어서 물건을 못 산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기자가 '일년 새 가격이 50%나 오른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깨와 밀가루, 참기름 등 식재료값이 폭등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다. 외환 위기 당시 1998년(7.5%) 이후 24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가게 한 켠에는 선물용으로 포장된 상품 박스가 잔뜩 쌓여있었다. 이씨는 "큰 기업들이 직원들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 해주면 좋을텐데 그런 것도 없다"며 한숨 쉬었다. 

이씨 가게 맞은 편에서 각종 죽을 파는 김정순 씨(72·가명)는 매출이 '제로(0)'라고 하소연했다. 김씨를 만난 시각은 오후 12시30분. 두꺼운 점퍼에 목도리와 귀마개로 중무장해 오전 6시부터 장사를 시작했지만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익숙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장사가 요즘 왜 안 되는 것 같냐'는 기자 질문에 "요즘 날씨가 너무 추운 데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길에서 음식을 먹고 가려는 사람들이 줄은 것 같다"고 봤다. 

같은 시각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영등포시장보다 북적였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과 끼니를 때우러 나온 이들이 섞여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인들은 쉴새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하며 진열대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다만 상인들은 하나같이 예년만큼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

각종 반찬거리를 판매하는 이옥연 씨(68)는 "반찬거리와 곶감 등 손님들이 사가는 품목은 지난해와 비슷한데, 뭘 찾든 조금씩 덜 찾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원재료값은 다 올랐는데 매출은 적다"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매출 20~30%가 줄었다"고 토로했다.

택배 물량도 줄었다고 한다. 이씨는 "대기업들이 온라인시장까지 진출하니 시장들이 다 죽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한 행인이 한과를 구매하려하자 이명희씨(69·가명)가 응대하고 있다. 2023.01.19 chojw@newspim.com

◆ 지갑 얇아진 소비자도 '한숨'…"물가 너무 올라 차례상 안 지낼래"

시장에 장을 보러온 이들도 한숨 쉬긴 매한가지였다. 과일과 채소, 생선 등 차례상에 올릴 음식값 가격이 모두 치솟은 탓이다. 가게 매대 앞에 서서 상품을 이리저리 들어 가격을 확인했다가 다시 내려놓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영등포시장에 전을 사러 왔다는 김숙자 씨(67·가명)는 진열대에 놓인 전 모듬 상품을 보고 한참 서 있었다. 상인은 '방금 막 구운 따뜻한 동태전'이라며 김씨에게 구매를 권했지만, 김씨는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전이냐" "전 안에 가시는 없냐" "시식 한번 해보면 안되냐"고 물으며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김씨는 결국 시식만 해본 뒤 물건은 사지 않고 돌아섰다. 김씨에게 '왜 사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기자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작은 전 15개를 1만원에 파는 게 너무하지 않냐"고 했다. 그는 "식구 수가 많아서 한 통으로는 어림도 없다. 여러 통 사자니 너무 비싸다"며 "그냥 며느리들과 전을 직접 부쳐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김정화 씨(56)는 지난해보다 차례상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다. 그는 "차례상을 차릴 계획이지만, 간단하게 차릴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연유를 묻자 김씨는 "물가가 너무 비싼 데다, 가족 수도 많지 않아 이전처럼 크게 상을 차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적당히 쉬면서 맛있는 음식을 조금 차리는 게 낫다"고 했다. 김씨가 잡은 차례상 예산은 대략 30만원. 김씨는 "지난해도 이 정도 금액으로 장을 봤는데, 올해는 물가가 많이 올라 조금만 사야할 것 같다"고 했다.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말한 이들도 더러 있었다. 영등포시장을 찾은 김점순 씨(87)는 '차례상 장을 보러 왔냐'는 기자 질문에 "기독교 집안이라 차례를 안 지낸다"며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함께 만나니 간단히 나눠 먹을 음식 몇 가지를 사러왔다"고 했다. 그는 "요즘 차례 안 지내는 집들이 많은 것 같다. 물가도 비싸고, 음식 준비하는 것도 힘든데 굳이 고생할 필요 없지 않냐"며 "우리 집은 제사 문화가 없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한 행인이 장을 보려 진열대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3.01.19 tack@newspim.com

chojw@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대통령 "아내 현명치 못한 처신 사과…특검, 수사 후 부실 있을 때 하는 것" [서울=뉴스핌] 박성준 김가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야당의 특검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 또는 언급을 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떄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를 하고 있다.[사진=ktv 캡처 ] 2024.05.09 photo@newspim.com 이어 "특검 문제는 제가 지난 1월에 재의요구를 했지만 검찰 또는 경찰의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고 야당도 주장해 왔다"며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정해진 검경, 공수처 등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이치(모터스)니 등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겟으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그런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저는 거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윤 대통령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특검이라고 하는 것을 20여년 넘도록 여러 차례 운영해왔지만 그런 관점에서 여야가 의견 일치를 보고 해온 것"이라며 "지난번 재의요구에서 했던 특검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parksj@newspim.com 2024-05-09 10:49
사진
[단독] 2005년 이후 '의사고시' 본 외국 의사 424명…헝가리·우즈벡 순 많아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지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의사 고시'에 응시한 외국면허 의사는 총 424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절반은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가장 많았으며, 미국, 독일, 호주가 뒤를  이었다. ◆ 정부, 의사 고시 면제 추진…외국면허 응시자 늘어날 전망 10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국가별 외국의대 국가고시 불합격 현황'에 따르면, 외국의대 졸업생이 국내 의사시험에 응시했다가 합격한 비율은 50.7%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총 424명의 외국면허 의사가 국내 의사 예비시험(1차 시험)에 응시해 235명이 합격, 합격률은 55.4%였다. 또 예비시험을 거쳐 국가고시(2차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88명이며 이중 합격자는 215명이었다. 예비시험을 본 외국면허 의사중 국가고시까지 합격한 비율은 절반 수준인 50.7%에 머문 것이다(표 참고). 의사 국가고시는 '의사가 될 자격'을 판단하는 시험이다. 현행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는 '의료법 제5조'에 따라 복지부가 정한 인정 기준에 해당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의료 활동을 하려면 국내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자격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주관으로 치러지는 '의사 국가고시'를 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일 의사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면허를 딴 의사들도 보건 의료위기 '심각' 단계에서는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사고시를 봤으면 탈락했을 외국의대 졸업자들이 대거 의료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외국의대 예비고시의 국가별 현황(2005~2023)'을 보면 헝가리 출신 응시자가 18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이 71명으로 뒤를 이었고 영국 27명, 미국 23명, 독일 21명, 호주 18명, 러시아 16명 순이었다.  헝가리는 이중 79명이 불합격해 불합격률이 41.7%를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절반이 넘는 40명(56%)이 불합격했다. 미국도 불합격률이 69.5%(16명)에 달했다.  '외국의대 국가고시의 국가별 현황(2005~2023)'도 헝가리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즈베키스탄(38명), 영국(21명), 독일(18명), 호주(15명)가 뒤를 이었다. 필리핀은 11명이 응시해 10명이 불합격하고 1명만 합격했다.   신 의원은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국가고시를 다시 보는 이유는 외국에 있는 의료와 한국의 의료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의) 인종과 지역 특성에 따라 질병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한국 의료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국가고시를 통해 보는데 자격이 되지 않은 사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의료의 질을 담보하지 않은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의료 이용을 열악하게 만들고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국가별 의료 수준 달라…"의료체계 후퇴" 우려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가별 외국의대 국내 의사면허 최종 불합격 비율 현황(2005~2023)'에 따르면 30개국 중 불합격률 50% 이상을 차지한 나라는 총 17개국으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필리핀은 응시자의 97%가 불합격했다. 미국 84.8%, 우크라이나‧폴란드 75%, 일본 68%, 우즈베키스탄‧벨라루스‧브라질 66.7%, 독일 58.7%, 호주 55.2%, 러시아 55%, 헝가리 52.1%, 오스트리아‧아일랜드‧르완다‧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 50%, 파라과이 46.7%, 볼리비아 33.3%, 영국 31%, 뉴질랜드‧스위스‧이탈리아‧체코‧카자흐스탄‧몽골 0%다. 나머지 4개 나라는 응시하지 않았다. 외국 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시 불합격률이 높은 반면 한국 의사국시 전체 불합격률은 10% 수준이다. 2022년 국내 의사 국시 합격률은 상반기 97.6%, 2022년 하반기 95.9%다(표 참고) 외국과 한국 의대 불합격률이 차이가 나는 원인은 국내 의대의 경우 4∼6년마다 한 번씩 점검해 의학교육 적합성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의대는 국내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인증받고 난 후 관리·감독 시스템이 전무한 수준이다. 신 의원은 "(외국 의사를 도입하는 정부 방안은) 오히려 의료체계를 후퇴하게 만드는 판단"이라며 "국민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진료받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 의사가 국내 인증을 받으려면 대학 학제와 교과과정, 학사관리 등이 우리나라 해당 대학 수준과 비교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sdk1991@newspim.com 2024-05-10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