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40%→10%p 인상 여부 난항
정년연장·연금통합 등 구조개혁 동반돼야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 고갈될 전망이다. 당초보다 2년이나 빨라진 것이어서 올해가 마지막 골든타임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개혁을 미루면 미룰수록 미래세대가 짊어져야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개혁방안을 짚어본다.
[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노후 사각지대 해소와 재정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국민연금 개혁안에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민간자문위원회는 보험료율을 올려 '더 내는' 방향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50%까지 높여 국민연금을 '더 받는' 방안은 막판 쟁점으로 남겨두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 글싣는 순서
1. 고갈시점 2년 앞당겨진 2055년…올해가 마지막 골든타임
2. 25년째 보험료율 9% 제자리…주요국 어떻게 개혁했나
3. 더 내고 얼마 받나…40% vs 50% 소득대체율 쟁점
◆ 보험료율 9%→15% 인상 추진…소득대체율 '40% 유지' vs '50% 인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보험료율을 두고 소득보장강화론과 재정안정강화론이 맞붙었다. 기금 고갈 예측 시점이 2년 더 앞당겨지면서 보험료율을 올려 '더 내는' 쪽으로 개혁의 밑그림은 그려졌다.
자문위원들이 제시한 안 중 가장 유력한 안은 두 가지다. 민간자문위에 따르면 최근 회의에서는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되 소득보장강화를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것과, 재정안정강화를 위해 보험료율은 15%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을 현재와 같이 40%로 유지하는 안이 제시됐다.
두 안을 두고 충돌하자 막판에는 보험료율 15% 인상에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중재안도 나왔지만 현저한 견해차를 확인했다.
노후 소득보장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5% 대비 2.9배 높고, 노인 소득 중 국민연금·기초연금·복지급여 등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은 2020년 기준 25.51%에 불과하다"며 "노인빈곤율이 비교적 높은 일본·호주에 비해도 턱 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재정안정론자들은 "보험료 인상 효과는 단기 모르핀 효과로 금방 나타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 영향은 70~100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난다"며 "소득대체율 인상 시 부과방식 전환이 불가피하고 2093년엔 재정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악화돼 올해 기준 6%인 부과방식 비용률이 2078년 35%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소득대체율 인상만으론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않는다는 주장이다. 안서연 국민연금공단 연구원은 "국민연금 수급액은 미래 노인빈곤율 감소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나, 절대적인 노인빈곤율 수치는 여전히 높을 것"이라며 "공적연금뿐 아니라 공공부조·기초연금·노동시장 정년연장 등 전반적 노후소득보장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65세인 연금 수급 연령 연장 역시 59세인 최종 납부연령과의 시차, 즉 소득절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년 연장 논의가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가야한다"며 "이에 더해 은퇴 후 수급 전까지의 소득공백·복지사각 문제가 있는 만큼 지급 연령을 올리는 속도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국회 "모수개혁 손 떼고 기초·퇴직연금 논의 먼저"…사회적 합의 관건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 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연금특위는 개혁의 쟁점인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모수개혁에 대한 3개월간의 논의를 뒤로하고 구조개혁부터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혼선을 자처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01.03 leehs@newspim.com |
기초연금·퇴직연금 등을 아우른 노후보장 체계개편을 위한 큰 틀부터 정하겠다는 결정이다. 그러나 직역연금은 국민연금과 보험료율 등 설계 자체가 다르고 가입자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긴 합의의 과정이 필요할 거란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특수직역 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등 과정에서 국민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지하다시피 연금 개혁과 관련된 계획의 추진은 사회적 수용성이 관건이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현재의 구조로는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다시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실행 가능한 연금개혁을 위해 지금이라도 국회 연금특위를 각계각층의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연금개혁을 위해 우리 사회 각 영역을 대표할 수 있는 조직으로 구성된 사회적 논의기구를 다시 구성하고, 국민이 수용 가능한 단기적·중장기적 개혁방안을 구상하라"고 촉구했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