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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기차 강국' 걸맞은 '화재 안전' 절실하다

기사입력 : 2023년02월13일 10:36

최종수정 : 2023년02월13일 10:44

전기차, 2023년 50만대 돌파 예상
안전관리 필수가 아닌 '권장' 수준
화재 대비 등 기술·제도 마련 시급

2022년 12월 5일 밤 9시 30분 무렵 경북 영주의 한 건물 기둥에 전기차가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했다. 충돌 직후 1~2초 안에 차량 하단부에서 급속도로 화재가 확산됐다. 건물 내부와 인근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일반 소화기를 발포했다. 하지만 화세는 더욱 강해졌고 매립형 전자식 문고리는 열리지 않았다.

소화기로 타격한 강화 유리창은 성인 남성 힘으로도 깨지 못했다. 순식간에 확산된 화세는 운전자 구조을 막고 더 이상의 외부 접근을 거부했다. 사고 발생 6분 만에 소방대가 도착했지만 구조작업은 30분 넘게 걸렸다. 화재 진압은 2시간 넘게 걸렸으며 운전자는 안타깝게 사망한 상태였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전기차, 30만대 돌파…올해 20만대 판매 

탄소 중립과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 공급과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수는 30만대를 돌파했다. 2023년에는 20만대 이상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기차 시장의 기술력은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차례 충전 주행거리는 500km를 넘어섰고, 20분 이내 급속 충전과 6분 이내 초급속 충전 속도를 현실적인 목표로 잡고 있다.

전기차 화재 사고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내연 기관차 대비 화재 발생률은 국외 1.6%, 국내 0.9% 수준으로 미비하게 판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화재 발생 대비 인명 피해 수는 내연 기관차의 2배가 넘는다. 사고 빈도수는 낮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인명 피해는 치명적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적은 수요와 관심도가 높지 않던 시기에는 전기차 화재가 리튬이온 베터리의 열 폭주와 화재 진압을 위한 다량의 소화수 사용과 장시간 화재 진압이 문제점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늘어나는 전기차 수만큼 생각하지 못한 여러 문제점이 속출되고 있다.

◆전기차 안전관리 '권장' 수준 멈춰 있어

첫째, 충돌로 인한 강한 충격 발생 때 내연 기관차는 시동 상태에 상관없이 좌석문 잠금장치가 해제된다. 차량 안팎에서 개방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아직도 충격에 의한 전기 차단 때 매립형 좌석문 개방이 월활하지 못하다.

둘째, 전기차 화재는 차량 하부의 베터리에서 시작됨에 따라 탑승자에게 최단시간 확산되는 문제가 있다. 전소된 전기차를 보면 대다수 탑승 좌석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일부 차량은 전후면이 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셋째, 전기차는 전면 내부에 비어있는 공간이 많아 충돌 때 쉽게 함몰된다. 앞좌석에 충격과 영향이 강하게 전달된다. 경북 영주시와 남해고속도로 서부산 톨게이트 사고 당시도 운전자 하체가 끼어서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넷째, 건축물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 중 화재 발생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접 차량으로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차장 차량 화재는 차 주인이 없고 누가 볼 수도 없으며 소방차 진입도 불가능해 신속 대응의 어려움이 있다.

또 많은 양의 독성 가스가 위로 누출됨에 따라 주차장 내부에 제연 설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2차 인명 피해 발생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국내·외 일부 건물에서 지하주차장 안에 전기차 진입을 금지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정부 차원의 가시적인 안전 대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리튬이온 베터리 안전성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전고체 베터리 기술은 연구 단계에 있다. 전기차 안전 관리에 관한 제도적 방안은 필수가 아닌 권장 수준에서 멈춰있다.

◆전기차, 화재안전 기술적·제도적 마련 절실

이미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은 미국‧유럽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선두 주자에 올라섰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로 최고수준을 이룩했다.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선두 국가로서 전기차 화재 안전의 실효성 있는 기술적·제도적 대응 방안 제시가 절실하다.

화재 발생 때 내외부에서 즉각 개방할 수 있는 좌석문 해체 기술이 보급돼야 한다. 차량 하부의 베터리 화재 발생 때 일정 시간 탑승 공간 확산을 지연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전기차 화재 발생 때 확산 위험의 최소화를 위해 주차구역 지상화를 최대한 권장해야 한다. 건축물 내 지하주차장이 대다수인 국내 특성을 고려해 모든 전기차 주차구역에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방화 구획과 방화벽, 방화 셔터를 설치해야 한다.

차량하부 화재 진압을 위한 바닥 매립형 역방향 스프링클러와 차수판 기술 도입, 질식 소화포 비치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 때 발생하는 독성 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외부로 즉각 제연이 가능한 설비를 설치해 2차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는 치명적인 인명 피해를 준다. 전기차 화재 사상자를 외면하는 안전관리는 후진국형 재난안전 정책이다. 전기차 화재가 비록 적게 일어나고 희생자 숫자가 적다고 해서 소홀히 하면서 기술발전을 꾀하는 것은 재난안전 윤리에도 어긋난다. 글로벌 강국의 자부심으로 국민 안심사회를 구현하는 전기차 안전관리 기술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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