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상무 오전부터 아르노 회장 동선 점검
화학·유통군 가리지 않고 경영수업 범위 넓혀
신 회장, 아르노 회장에 소개...유통사업 대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관. 이날 에비뉴엘관은 오전부터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롯데그룹의 배지를 단 직원들은 정문부터 루이비통 매장 동선까지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며 바삐 움직였다. 그 가운데 훤칠한 키의 한 청년이 눈에 띄었다.
이 청년은 일행과 함께 VIP 주차장 입구부터 이곳저곳을 살피며 걷다 이내 루이비통 매장 앞에서 멈춰 섰다. 뉴스핌 취재진의 눈에 띄어 곧장 자리를 옮긴 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그가 루이비통 매장 앞을 서성인 이유는 이날 방문하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총괄회장의 동선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신 회장이 화학군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신 상무를 소환한 이유는 이번 아르노 회장의 방문이 어느 때 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신 상무는 이날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신 회장과 아르노 회장을 근접거리에서 보좌했다. 유통군 총괄대표인 김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함께였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롯데케미칼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신 상무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아버지 신 회장과 경영 보폭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8월 신동빈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도 유통군 경영진과 함께 참석했고, 지난해 10월에도 이들과 함께 롯데마트 제타플렉스를 찾기도 했다. 지난 1월엔 롯데그룹이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본격적인 경영승계를 논의하기 전까진 신 상무의 국적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다만 신 회장이 아르노 회장과 같은 핵심 인물을 만나는 자리에 신 상무를 소개했다는 점은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어 그룹 경영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려는 경영수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을 비롯해 디올·펜디·셀린느·티파니앤코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수장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우리나라를 방문해 우리나라 유통업계 인사를 만나고 있다. 이번 방문에도 신 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등 총수 경영진들이 직접 그를 맞이한다.
한 백화점의 경쟁력은 입점해 있는 명품 브랜드에 따라 갈린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입점 여부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이나, 또 그 기업을 대표하는 매장을 결정한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백화점 브랜드나 지역별로 매장수를 제한하는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어 아르노 회장과 같은 명품 브랜드 수장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루이비통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들이 대량 구매 후 중국에 내다 파는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판단, 점진적으로 시내 면세점에서 철수하고 공항 면세점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롯데는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떨어져 향후 10년간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지 못한다. 루이비통과의 접점을 넓혀가기 위해선 이번 아르노 회장의 방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