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실신 사고 후 커팅맨·구급대 긴급배치
고촌~김포공항역 열차, 기본 3대는 보내야 탑승 가능
"30분 거리지만 1시간30분 일찍 출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얼마 전에 사고가 나고 이러면서 승객들이 버스로 분산된 게 아닌가 싶다"
19일 오전 출근길인 7시30분경 김포골드라인에서 가장 붐빈다는 고촌역에서 만난 차태교(56) 씨는 승강장을 두리번거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1일 여성 승객의 잇따른 실신 사고 후, 승강장 내 분위기는 한층 조심스러워 보였다. 곳곳에 배치된 안전요원과 구급대원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더했다. 고촌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가 가장 붐비는 구간인데, 이를 고려해 김포공항역에는 119구급대원 4~5명가량이 하차 구간 바로 앞에 배치돼있었다.
각 승·하차구간 마다 일명 '커팅맨'이 배치되어 열차 내부 인원을 조정하기도 했다. 일정 이상 열차에 탑승하자 더는 승객들이 밀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빨간 지휘봉으로 탑승을 통제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19일 오전 김포골드라인 고촌역 내 줄을 선 승객들이 다 탑승하지 못한 채 밀려나고 있다. 안전요원이 탑승 인원을 통제하고 있다. 2023.04.19 whalsry94@newspim.com |
다만 이날도 여전히 호흡곤란 등 사고는 일어났다. 고촌역과 김포공항에서 만난 소방 대원들은 오전 8시 기준 1명씩 총 2명의 호흡곤란 환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구급대원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힘없이 축 늘어져 앉아 있는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직전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여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8시5분께 김포공항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했을 때, 열차 내 휴대폰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일체 불가할 정도로 양옆 사람들과 밀착됐다. 열차 내에서는 "해당 열차는 자동으로 운행되는 열차"라며 "역에 도착하면서 급제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바로 앞에 승객이 들고 탄 캐리어가 있어 캐리어 위로 넘어질 뻔한 위협감을 여러 번 느끼기도 했다. 급제동에 이같은 위험이 더해진다면 압사 사고가 일어날 법 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19일 오전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에 내린 승객들이 아침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2023.04.19 whalsry94@newspim.com |
통제로 인한 승객의 불편함은 가중돼 보였다. 고촌역에서 김포공항까지는 한 정거장이지만, 이미 직전 역인 풍무역에서 만차 상태이기에 고촌역에서 탈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3~4명이었다. 승객들은 열차를 기본적으로 3대 이상 보내는 데 익숙한 눈치였다.
차씨 또한 "차가 한 대 오면 앞에 한 줄(3명 정도) 정도 탈까 말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차씨와 인터뷰 도중 두 대가량의 차가 왔지만 모두 차씨를 태우지 못한 채 떠났다.
이로 인해 출근 시간은 당겨졌다. 차씨의 직장은 서울 목동으로, 출근 시간은 9시다. 고촌역에서 목동역까지는 지하철로 30분가량이 걸리는데 차씨는 1시간 반이나 일찍 출근길에 올랐다. 차씨는 "이 정도면 일찍 나온 편도 아니"라며 "김포에서 서울까지 빠져나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시간에는 전철을 타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20대 A씨 또한 "김포에 거주하는데 김포는 일자리가 없고 서울에서 자취하기엔 너무 부담"이라며 "이 열차를 탑승한 후 9호선 급행열차를 곧바로 타야 하는데 아침부터 매번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김포공항역에서 내려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70대 B씨 또한 "김포에 거주한다"며 "말해 뭣하냐. 매일 아침 힘들다"고 했다.
경기도와 김포시, 국토교통부 등은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긴급대책으로는 ▲오는 24일부터 70번 버스 노선에 직행 전세버스 투입 ▲오는 7월부터 DRT(수요응답형버스) 조기 투입 ▲커팅맨 배치 등이 있다. 이어 단기대책으로는 ▲김포대로∼개화역 구간 서울 방향 750m 구간을 2차로에서 3차로로 확장을, 중장기대책으로는 ▲간선급행버스(BRT) 도입 ▲전철 5호선 연장 노선 조기 확정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신속 개통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시는 전날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김포 구간 수상 교통운송망 구축에 본격 돌입한다고도 밝혔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