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무원 행동강령 이행실태 긴급 점검
지자체 보조금 받는 기업에도 경조사 통보
청첩장 작성·발송 등 직원에게 사적 노무 요구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직무관련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경조사를 통지하고, 직원에게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을 작성·발송하라며 사적 노무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감독기관에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권익위는 최근 경조사 통지 관련 논란이 일었던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공무원 행동강령 이행실태를 긴급 점검하고 20일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직무관련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무분별하게 모바일 부고장과 청첩장을 통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권익위가 현지 점검한 결과,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거나 계약 절차가 진행 중인 직무관련자에게도 경조사를 통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무관련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보낸 모바일 부고장과 자녀의 결혼 청첩장.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자료=국민권익위원회] 2023.04.20 swimming@newspim.com |
한 사례로 A 단체장은 직무관련자 200여명에게 모바일 부고장(모친상)을 통지했다. 직무관련자 중에는 해당 지자체로부터 약 5억600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결산 절차를 진행 중인 업체 대표도 있었다.
또 B 단체장은 직무관련자 100여명에게 자녀의 결혼 청첩장을 우편과 모바일로 통지했다. 직무관련자 중에는 해당 지자체로부터 약 14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공사 후 준공검사를 앞두고 있던 건설업체 대표도 있었다.
이와 함께 경조사 통지 대상자 선정, 청첩장 주소 작성, 부고장·청첩장 발송 등을 비서에게 시키는 등 사적 노무를 요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권익위가 금융거래 내역도 살펴본 결과, B 단체장은 결혼식 전 직무관련자 105명을 포함한 175명에게서 받은 축의금 약 2400만원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A 단체장은 금융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아 부조금 가액 범위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권익위는 관련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위해 감독기관에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이어 각급 공공기관에 경조사 통지 관련 위반사례 및 유의사항을 전파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단체장들이 청탁금지법상 허용된 가액 범위를 초과해 경조사비를 받았는지에 대해 수사기관이 같은 내용으로 수사 중인 상황을 고려해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직무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리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료=국민권익위원회] 2023.04.20 swimming@newspim.com |
경조사비의 경우 축의금·조의금은 5만원, 화환·조화는 10만원(축의금·조의금 합산 금액)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단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가액 범위 내의 경조사비도 허용되지 않는다.
허재우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앞으로도 공직사회가 공무원 행동강령을 철저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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