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원고 패소→대법 "집단 행위 금지 의무 부담...부당"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집회 참석 및 직무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소속 변호사에게 내린 징계에 대해 대법원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을 열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 변호사들은 2019년 4월 10일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가량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퇴진 촉구 시위에 참석해 이사장에 대해 해임 및 퇴진 구호를 제창하고, 직원근무평정 규정 개정에 반발해 같은해 상반기 평정을 정해진 기한 내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이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개선 약속을 받고 평정 업무를 마쳤으나, 공단은 이들 변호사들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 징계 사유는 규정에 따른 직무상 의무 위반 및 직무 태만이다.
상고심 쟁점 사안은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을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 소속 변호사들에게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노동운동 집단행위 금지 규정 적용 여부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에서는 의원면직 1명을 제외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률구조법에서 소속 직원들의 자주적 단체행동권이나 노동운동 등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직접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고,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금지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는 이상, 나무지 원고들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금지·제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근무평정업무에 대해선 원고들이 근무평정 업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이사장에게 밝혔고, 이사장 역시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해 근무평정 기간을 연장해준 것으로 판단했다. 양측의 협의를 한 만큼, 원고들이 근무평정업무를 방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집회에 대해 '원고들의 직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동'으로 판단했고, 또 원고들이 근무평정업무를 하지 않아 근무평정기간도 수차례 연기된 것으로 봤다.
대법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 규정에 대해 책임과 신분 및 지위 보장을 받는 정도가 아닌 경우 일률적으로 해당 조항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은 "원고들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들이 피고 이사장의 직무상 명령을 어기고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하였다고 하여 원고들에게 규정 또는 직무상 의무 등을 위반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들이 직원근무평정 업무를 지체한 기간은 약 2주 정도인데 직원근무평정 업무가 급박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특성을 가진 업무라는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이 정도 지체만 가지고 직무 태만이라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원고들이 직원근무평정 업무를 현저히 불성실하게 이행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 관계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과 같은 정도로 책임을 부담하고 신분·지위를 보장받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이들에게 공무원의제조항(법률구조법 제32조)을 근거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정한 집단 행위 금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그 구체적 법적 지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권리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인정함으로써, 공무원의제조항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들의 지위 및 권리와 의무의 범위를 헌법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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