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은행 위기가 있었던 올 1분기에 미국 대형은행 캐피털원파이낸셜의 주식을 대거 사들인 반면, 대만의 반도체업체인 TSMC 주식은 전량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 투자로도 유명한 버핏이 지난해 4분기 TSMC 주식을 사들인 지 약 3개월 만에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1분기 남아있는 지분까지도 전량 매각한 것을 두고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을 상당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15일(현지시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운용사 분기 보고서 '13F'(1억달러 이상 운용기관 보유 지분 공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TSMC 주식 전량을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지난해 11월 버크셔는 TSMC 주식 6006만880주를 약 41억1700만달러에 매입했으나, 3개월 후인 지난 2월 이 중 86%에 해당하는 5176만8156주를 매각했다. 이어 15일 공시에서는 남은 주식도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6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TSMC는 엄청난 기업"이라면서도 (미-중 긴장 고조를 감안할 때) 대만보다는 일본에 투자하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긴장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버크셔는 올 1분기에 캐피털원 990만주, 약 9억5400만달러 어치를 신규로 매입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피털원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신용카드 발행 업체"라며 "지역 은행 혼란에도 버핏이 신용카드 업계와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캐피털원의 주가는 버크셔의 주식 매입 소식이 전해진 후 16일 장중 2% 가량 상승 중이다.
반면 이 기간 버크셔는 보유 중이던 은행 지분 가운데 뉴욕멜론은행과 US뱅코프의 잔여 지분은 모두 처분했다. 각각의 처분 규모는 2억4000만달러, 11억4000만달러 수준이다.
또 버크셔는 올해 1분기 보유 비중으로 각각 1, 2위인 애플(AAPL)과 뱅크오브아메리카(BAC)도 추가로 매수했다. 애플의 보유 주식수는 지난해 4분기 8억9000만주에서 올해 1분기 9억1000만주로 늘어났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억1000만주에서 10억3000만주로 2%가량 늘렸다.
이번 13F 공시에서 시장은 큰손들의 은행주 투자에 주목했다. 3월 실리콘밸리(SVB) 은행 파산 이후 첫 공개된 포트폴리오인 만큼, 이들의 투자 내역으로 향후 은행권에 대한 전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헤지펀드 사이언매니지먼트는 1분기 뉴욕커뮤니티뱅코프 85만주와 캐피털원파이낸셜 7만주를 신규로 매입했다고 보고했다.
이 외에도 최근 주가가 급락한 팩웨스트뱅코프,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들의 주식도 대거 사들였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그가 은행 위기 회복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