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시스템과 규제 강화 만으론 한계
'처벌 강화'로 한탕주의 경종 울려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 확정 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펼친 태극기에 적혀있던 이 말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통해 드러난 주가조작 세력들을 보며 이 말이 떠올랐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주가조작 세력의 탐욕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증권부 이윤애 기자 2022.07.12 yunyun@newspim.com |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흘렀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라덕연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를 비롯한 주가조작 의혹 핵심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한편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 제도의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이것 만으로 이 순간에도 새롭게 진화된 방식으로 금융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활개치고 있을 주가 조작 세력을 멈춰 세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전문가들은 일관되게 말한다. 감시 시스템과 규제 강화 만으로는 절대 작전 세력의 탐욕을 막을 수 없다고 말이다. 규제를 강화하면 또 새롭게 진화된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일종의 '무력감'이 느껴진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속속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시장을 감시해야 하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와 감독해야 할 금감원은 이상 징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주가 급락 사태를 계기로 불공정거래 적발 체계상 부족했던 부분 전반을 재점검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감독원과 거래소는 향후 시장 감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고 조사업무 조직 체계도 개편하겠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주가조작 세력들의 '자신감'도 그런 배경이 아닐까. 규제를 강화하면, 해당 규제를 피할 방법을 또 궁리한다. 한 방송에서 공개된 지난 2021년 9월 비공개로 열린 고액 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에서 라덕연 대표는 "제가 지금 실질적으로는 고객들한테 주식들을 사게끔 만들었지만 이걸 증명해낼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며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주가조작 세력은 3년이나 되는 긴시간 동안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완전히 피해가며 활개쳤다.
중요한 것은 주가조작 세력들의 마음을 꺾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처벌 강화'가 최선의 방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도 주가조작 사범에게 징역 150년형을 선고하고, 중국도 1조원 규모의 범금을 부과하는 등 초강력 제재를 한다. 주가조작 행위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 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처벌 강화'에 방점을 찍고 연내 관련 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사실 작전세력의 수법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는데도 그동안 한국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었다고 지적돼 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관련 법 정비로 제2의 SG사태 발생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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