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오비·롯데칠성 등 주류업계 2분기 부진 전망
가격동결에 업체 간 경쟁 심화...수익성 저조
정부 물가잡기 압박에 '눈치싸움'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정부의 물가잡기 압박에 소주·맥주의 가격 동결한 주류업체들이 상반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유흥시장이 활기를 찾으면서 매출은 늘었지만 가격동결 및 판관비 증가 여파로 영업이익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29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6478억원) 대비 4.2% 증가한 6753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446억원으로 전년 28.5% 줄었다. 특히 신제품 맥주 켈리 출시하며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부대비용이 평년대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스핌] 김보나 인턴기자 = 3일 오후 서울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진열된 맥주를 살펴보고 있다. 2023.04.03 anob24@newspim.com |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부문도 2분기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은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분의 2분기 매출액 추정치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2004억원을 예상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9% 떨어진 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비맥주 또한 올 상반기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류업체들이 나란히 부진한 실적이 우려되는 배경에는 '가격 동결'이 주효하다. 앞서 정부가 물가잡기 압박에 나서면서 지난 2월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체들이 소주, 맥주 가격을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여파다.
맥주는 매년 물가와 연동해 주세가 인상된다. 맥주 주세는 지난해 맥주 1L당 855.2원에서 지난 4월부터 30.5원 오른 L당 885.7원의 세금이 반영됐다. 맥주 출고가에서 세금비중은 53%에 달한다. 세금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기업의 수익이 줄게 된다. 일례로 오비맥주는 인상된 세금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연간 약 450억원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주 또한 인상요인을 억누르고 가격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제병업체들은 지난 2월 소주 병값을 22.5% 인상했으며 소주 병뚜껑 가격도 16%가량 올랐다. 또 빈용기보증금 취급수수료도 전년대비 오르면서 가격 인상 전운이 돌았지만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으로 동결에 나선 셈이다. 여기에 제로소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제로슈거 소주 신제품 '새로'가 돌풍을 일으키자 하이트진로도 진로 소주를 제로슈거 버전으로 리뉴얼했다. 제로소주를 둘러싼 경쟁구도가 심화되면서 영업, 마케팅 비용부담도 커지는 추세다.
원가 부담에도 주류 가격을 동결한데다 신제품 등장 등으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은 늘어도 '나가는 돈이 더 많은' 구조가 구축된 셈이다. 주류업체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물가잡기 압박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하반기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관련해 정부의 압박 여파로 최근 라면, 과자, 빵 가격은 줄줄이 인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가격동결을 이어기고 있는 국산맥주와 달리 수입맥주의 경우 연초부터 가격인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산맥주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흥시장이 살아나면서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면에선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인상요인 커진 것은 맞지만 당분간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출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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