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을 위해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은행이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재 완화안을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는 국제 은행들의 달러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된 러 국영 로스셀호스방크(러시아농업은행)가 곡물 수출 관련 대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스위프트에 접근할 수 있는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소식은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 곡물 협정이 또 다시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나왔다.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주요 항구들을 봉쇄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자 체결된 협정인데, 러시아는 수 차례 협정 이행 중단을 위협했지만 현재까지 기한을 연장해왔다.
그러나 오는 18일 협정 기한 만료를 앞두고 러시아는 또 다시 협정 이행 중단을 경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나디 가틸로프 제네바 유엔사무소 주재 러시아 대사는 3일 러 일간 매체와 인터뷰에서 "흑해 곡물협정 조건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협정을 거듭 연장해왔지만 현재로선 현상 유지에 동의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발언했다. 러시아는 러시아농업은행의 스위프트 결제망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도 지난주에 러시아가 협정 연장에 동의할 근거가 없다면서 서방국들의 행동이 "터무니 없다"고 발언했다.
소식통들은 현재 EU 관리들이 제재 완화에 대한 합법성과 타당성을 논의 중이지만 일부 동부 회원국들이 제재 완화가 결국 러 크렘린궁의 전쟁 자금을 대주는 셈이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농업은행은 크렘린궁이 전면 소유한 국영 은행이고, 전 은행회장인 드미트리 파트루셰프는 현직 농무부 장관이다. 그의 아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이자 이번 우크라 전쟁 추진에 크게 기여한 러 국가안보위원회 비서관이기도 하다.
EU집행위원회와 크렘린궁 모두 FT의 취재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이 튀르키예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