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XR 시장 기술 개발 확대 움직임
기술 및 고객 확보 등 애플·메타 뛰어 넘어야
효과적 전략 부재 시 VR 시장 철수 되풀이 우려도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가 최근 확장현실(XR) 헤드셋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세계 XR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최첨단 기술을 들고 나온 애플과 이미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한 메타 등 경쟁사들을 뛰어넘는 것이 삼성전자의 최대 과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열릴 '갤럭시 언팩 2023'에서 XR 헤드셋을 공개하지 않고 개발 기간을 늘려 내년 초·중반 기기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전자가 이번 언팩에서 XR 헤드셋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XR 헤드셋의 공개·양산·출시 등은 모두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구글·퀄컴과 협력해 XR 헤드셋 출시를 준비할 것이라며 개발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의 XR 헤드셋 개발 일정 연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XR 시장의 성장세가 커질 것으로 판단, 이 시장에 무게를 크게 두고 있으며 현재 준비 중인 XR 헤드셋 제품에 대한 기술 투자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XR 헤드셋 시리즈의 점진적인 성능 개선이 아닌, 기술·성능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출시해 한번에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XR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만큼 XR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현재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XR 헤드셋을 출시하지 않는 것은 경쟁사들을 의식해 더 높은 기술력을 탑재하는 등 기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시그널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삼성전자] |
이에 삼성전자가 XR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XR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경쟁사와의 '기술 차별'을 비롯, '효과적인 고객 확보 마케팅'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경쟁사들은 XR 기기에 담을 성능들을 구체화시켜 기술 개발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고객층 확보 능력에서도 삼성전자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달 '비전 프로'를 공개, 사용자의 눈을 비춰주면서 내부 고해상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인 '아이사이트'를 탑재하는 계획을 내놨다. 또 사용자의 몸짓과 시선 등 만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등 현재까지 XR 시장에서 활용되지 않았던 각종 첨단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게다가 애플은 운영체제 ios를 통해 아이폰·애플워치 등으로 연결된 막강한 플랫폼을 구축해놓고 있어 전세계 아이폰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비전 프로로 끌어들일 기회가 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애플 제품 사용자 가운데 애플의 플랫폼에 익숙한 20~30대가 비교적 많아 신규 고객 유입에 유리한 셈이다.
특히 메타는 이미 XR 시장에서 자체 생태계를 꾸려놓고 있다. 지난 2020년 오큘러스 퀘스트2, 2021년 메타 퀘스트 프로 등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를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높였다. 지난달에는 고해상도 컬러 혼합현실을 구현한 신제품 오큘러스 퀘스트3를 공개했다. 출고가는 499달러(약 63만원)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토대로 '대중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XR 헤드셋의 출고가가 2000달러(약 253만원) 대일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메타는 두터운 고객층에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 놓은 것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들 경쟁사의 기술력과 고객 확보 등 마케팅에서 밀리면 지난 2020년 가상현실(VR) 시장 철수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기어 VR'과 'HMD 오디세이' 등 VR 기기를 내놨지만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해 단종했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사에 없는 기술 도입과 함께 가격 경쟁력, 명확한 타겟 고객층 설정 등을 해야 승산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자체 반도체 기술을 이번 XR 헤드셋 제품 개발에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후발 기업이지만 기존보다 더 많은 투자를 통해 폴더블폰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교수는 "삼성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기기를 연계해 고객을 유입하는 '로킹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최신 기술을 이번에 출시할 XR 헤드셋에 무작정 모두 담기보다는 업무·교육·여가 등 고객의 생활 방식에서 많이 쓰일 수 있는 기술만 적재적소에 탑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