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괴리감 속 고군분투하는 대형마트
기후변화로 장바구니 물가 상승
안정세 접어든 소비자물가에 위험요소
물가 안정 '최전선' 대형마트에도 당근줘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고기로 상추를 싸먹어야겠다.'
요즘 급등한 채솟값을 두고 나온 말이다.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채솟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하며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지만 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안정세에 접어든 소비자물가와 달리 '체감물가'는 잡히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전날 기준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당 2472원으로 전월(1074원)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노연경 산업부 기자 |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널뛰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사수해야 하는 대형마트는 더 분주해졌다. 최대한 이전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원산지를 바꿔보고, 대량 매입도 해보지만 쉽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무더위, 재난에 가까운 폭우 등은 비단 한국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어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장마로 국산 블루베리의 생산량이 많이 줄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 등 해외 상황도 좋지 못하다"며 "해외 산지도 무더위로 경도가 약한 저품질의 블루베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형마트 업계에 물가 안정화를 당부했다. 7월 장마와 8월 폭염으로 인한 신선식품 가격 상승 등이 반영되면 가까스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물가가 다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와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8월부턴 이런 기저효과도 사라진다.
이에 지난 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간담회를 열고 대형마트 업계에게 여름철 장바구니 물가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 줄것을 당부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대형마트는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화를 위해 자체 할인행사 등을 여는 등 물가 상승분을 상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도 대형마트 업계가 겪는 어려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2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생태계 변화에도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규제를 받지 않는 쿠팡은 이마트를 넘어서 유통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전통시장 수는 크게 줄었다.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기보단 온라인 유통채널 성장에 일조한 것이다.
지난 6월 이마트 할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상품 소싱의 어려움, 할인 행사로 인한 수익 감소에도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에게 정부도 당근을 줄 때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