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소유한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암)이 내달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나스닥 상장을 준비한 ARM은 9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가 이달 중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정식 신청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칩 설계회사 ARM <사진=바이두> |
신문은 "ARM이 상장시 시가총액은 600억달러(약 79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2023년 세계 최대의 IPO 건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앞서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ARM이 상장 후 700억달러(약 91조원) 기업 가치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신문은 "애플,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ARM의 상장과 동시에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ARM은 이들 기업에 일정 지분을 할당해 중장기 주주로 영입해 신규 상장시 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아마존도 투자자로 참여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같은날 보도했다.
ARM은 소프트뱅크그룹이 2016년 32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영국 회사다. 현재 소프트뱅크그룹이 75%, 산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데 비전펀드는 상장 후 보유한 지분 10~15%를 매각할 전망이다.
◆ ARM, 팹리스 선구자에서 AI 대표주로
1990년 영국 동부 케임브리지에 창업한 ARM은 반도체의 '설계도'인 '회로설계 데이터'(IP)를 개발한 회사다. 반도체 제조업계는 ARM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반도체 제품을 만든다.
ARM은 세계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 설계 부문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차량·주거용 사물인터넷(IoT·무선 통신 기능을 내장해 사물끼리 연결하는 기술) 시장의 확대로 관련 칩 설계 수요도 늘면서 지난해 매출은 28억달러를 기록, 소프트뱅크그룹이 인수한 시점에서 무려 70% 가까이 성장했다.
무엇보다 ARM의 나스닥 상장이 업계의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때문이다.
인공지능 구상도 [자료=게티이미지뱅크] 2023.08.03 biggerthanseoul@newspim.com |
지난 5월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기술이 이미 AI 기술 구축의 핵심이라며, 아마존의 AI 음성비서 '알렉사', 구글의 픽셀폰에 들어가는 소규모 AI 프로세서가 ARM의 설계 기술로 구동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ARM의 최대 매출은 여전히 스마트폰 팹리스에서 나오지만 점차 AI를 미래 먹거리로 승부하겠단 포부로 읽혔다.
실제로 ARM의 설계기반을 활용하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서버, 통신장비 등 인프라는 물론 자율주행차와 로봇, 사물인터넷 기기와 음성인식 스피커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된다.
지난 5월 회사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AI 모델 전용의 칩셋 아키텍처인 '코텍스(Cortex)-X4' 중앙처리장치(CPU)와 '이모탈리스(Immortalis)-G720'이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엔비디아, 인텔, AMD,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단 점도 투자 매력도를 높인다.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90%를 자랑하는 엔비디아는 이날 차세대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탑재된 72코어 프로세서(CPU)가 ARM 기반이다.
전문가들은 ARM이 성공적으로 AI 기업이란 내러티브를 분명히 전달만 할 수 있다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팀 컬판 블룸버그통신 IT 칼럼니스트는 "(반도체 회사인) ARM이 AI 회사라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이번 IPO의 과제"라며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유행어인 AI로 잘 포장하면 올해 최대 성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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