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요한 기자 = 초전도체(LK-99)에 이어 맥신(MXene) 열풍이 주식시장에 불고 있다. 관련주로 엮여 실체가 불분명한 주식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과감한 개미 투자자들의 매수 버튼도 바빠졌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해 호실적에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던 주식들은 몸값이 급상승하며 단기간에 시가총액은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뛰었다.
지난달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상온·상압에서도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 'LK-99'을 개발했다고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밝혀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한달이 지난 16일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물질 LK-99에 대해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발표를 하면서 이들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중기벤처부 배요한 기자 |
초전도체 테마가 검증을 받는 동안 다음 타자는 '꿈의 신소재' 맥신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지난 17일 맥신의 '자기수송' 특성을 분석해 표면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상용화 기대감이 증폭됐다.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갖춘 데다 여러 금속 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어 반도체, 전자기기,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초전도체에 바통을 이은 맥신 관련주들은 발표 이후 3거래일 동안 급등세를 탔다.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화두인 초전도체와 맥신의 공통점은 뭘까.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모두 일반인의 검증이 불가능하고 기술과 관련해서도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는 점이다.
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주식시장은 기대감에 부풀기 마련이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 격언처럼 막연한 기대감은 주가가 오르는 자양분이 된다. 반면 단기간에 급등한 테마주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입장은 항상 한결같다. 문제가 되는 테마주 관련 매매를 단속할 것이고, 투자자들이 투자에 주의하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단기간에 레버리지 투자가 늘고 '단타' 위주로 매매가 이뤄지는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임원회의에서 "리딩방 등을 통한 테마주의 허위 풍문 유포에 대해선 특별 단속반으로 집중 점검하겠다"며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규정도 관리감독의 규제와 감시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인력도 없이 '일단 문제가 되는 것은 하지 말라'는 뉘앙스다. 문제가 발생하면 '하지 마'라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수정은 더디기만 하다. 비이성적 주가 과열은 '우매하다'는 비난으로 돌린다. 이렇다 보니 시장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찾기 어렵다.
전날(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초전도체 사태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알렸다. 학계와 업계가 상온·상압 초전도체 실현 가능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도 주무부처로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다가 이제 와서 검증 조치에 나선 것이다. 초전도체 광풍이 불고 전세계 학자들이 떠들썩하게 논의를 벌이는 가운데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 발표된 것이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미래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직무유기고, 자본시장 관점에서는 폭탄돌리기에 대해 수수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테마주 열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주제로 언제 다시 출현할지도 모른다. 더 빠른 속도로 짧은 주기로 돌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묻지마 테마주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정부는 테마주에 대해 '주의하라'는 당부보다는 직접 발 빠르게 '테마주에 대한 검증'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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