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최근 전기차 배터리업계에 훈풍이 불면서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폐배터리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한 제도나 기준 등을 아직 정비하지 않은 상태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301조원으로 이 중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만 195조원(약 65%)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SNE 리서치는 전 세계적으로 폐배터리 시장이 현재는 약 7000억원 규모에서 2040년에는 약 8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나영 중기벤처부 기자 |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기업들은 '전기차 폐배터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배터리 시장에 대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전기차 폐배터리가 폐기물로 봐야 할지, 재활용 가능한 순환자원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성장하고 있는 폐배터리 시장에 비해 관련 법·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연합(EU)과 미국·중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 배터리 재활용 제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EU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주요 원료 재활용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이 승인됐다. 미국은 관련 기업 및 산업 육성과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지원키로 했다. 중국은 배터리 생산 기업에 대한 재활용 책임 제도와 구체적인 원자재 회수율 설정(니켈·코발트·망간 98%, 리튬 85%) 등을 통해 폐배터리 산업을 적극적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관련 법을 개정해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폐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집중되고 있는만큼 우리나라가 해외 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련된 제도와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진행한 모의재판에 참여한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현재는 어디에도 폐배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규정도 없다. 폐배터리를 '사용후 배터리'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며 "폐배터리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 주기는 5∼10년으로 오는 2025년에는 수백만 개의 전기차 배터리가 초기 수명을 다하게 된다. 전기차가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 돼 폐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바꿀 시점이 머지않았기에 정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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