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빙 로봇 시장서 중국산 70% 점유"
국내 로봇 보조금 정책서 중국산 배제 장치 없어
[서울=뉴스핌] 김양섭 중기벤처부장 = "중국 '정부'와 경쟁하는 느낌이 든다"
한 중소형 로봇 전문업체 대표의 말이다. 첨단 산업인 로봇에서 국내 업체들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 얘기가 아니고 국내 시장 얘기다.
중국은 지난 2015년 로봇을 10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광둥성 선전·둥관 등지에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입주 업체에 시설 투자금의 10%를 환급해줬다. 또 추가로 매출의 일정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 있는 로봇 개발'이 중국 정부의 지원 방향이었고, 성과도 나타났다.
국제로봇연맹은 보고서를 통해 2021년 '신규' 설치된 제조용 로봇이 전년 대비 31% 증가한 51만7000여대라고 발표했다. 이 중 중국산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해당 기간 중국은 26만8000여대 로봇을 팔아 1위로 기록됐다. 이어 일본(9%)·미국(7%)·한국(6%)·독일(4%) 등의 순서인데 1위 중국의 점유율은 2위인 일본과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다.
우리나라도 로봇과 관련된 보조금 정책이 있지만 성격이 중국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 정부는 '로봇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을 통해 구매처가 신청하면 로봇을 보급해주고,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사업' 등을 통해 사업자가 로봇을 구매하면 금액의 70%(한도 1500만원)를 지원하는 등의 방식이다. 중국이 로봇 '개발'에 집중한 뒤 가성비 있는 제품 판매량을 늘려 점유율을 높이는 데 치중한 반면, 한국은 로봇 '구매'를 지원해 로봇 시장을 활성화 하겠다는 목표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의 로봇 관련 보조금 정책에서 중국산을 배제하는 장치는 없다. 예를 들어 국내 유통업체가 중국에서 제조된 서빙로봇을 구매해도 보조금은 그대로 지급된다. 중국 서빙로봇 가격은 한국 제품에 비해 약 20~3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이 싸고, 보조금 정책에서 배제되는 요건도 없어 유통업체 입장에선 중국산을 마다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런 배경 때문에 국내 시장은 중국산에 거의 장악됐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중국산 로봇이 한국 서빙 로봇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로봇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을 개정해 오는 11월부터 로봇의 실외 이동을 허용했다. 그간 로봇은 보도나 공원에서 통행할 수 없었고,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로봇의 이동 서비스를 허용해왔다.
벤처업계 안팎에서 대체적으로 이번 규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이번에도 중국산이 결국 수혜를 입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서비스 로봇 대다수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결국 이들이 규제 완화 수혜를 보는 주요 대상이 된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전체 서빙 시장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그만큼 성장성이 큰 시장이다. 비단 '서빙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산업 영역이 로봇을 도입하려는 초입 구간이다. 신기하게만 보였던 '커피 만드는 로봇', '치킨 만드는 로봇'도 이젠 '맛잇게 잘 만드는지' 따지는 시점이다. 제조 현장에선 실제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얼리어답터(Early Adoptor)' 수준이 아니라, '비용 절감'이라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협동로봇을 속속 도입할 준비들을 하고 있다.
'로봇시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우수한 로봇 업체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 국내 시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섬세한 정책 조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