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여기는 그나마 붕어빵이 헐값이야. 강남 번화가는 붕어빵 시세가 한 마리에 천원이 정가라고 하대."
서울 송파구 지하철역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이모(67) 씨는 겨울을 맞아 붕어빵을 3개에 2000원 꼴로 팔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가격을 올렸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싸다'는 분위기다. 이씨의 가게를 찾는 시민 중에는 만원에 붕어빵 5봉지를 사가는 이도 있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7일 서울시 송파구 문정역 인근에서 한 상인이 팔고 있는 붕어빵이 진열된 모습 2023.12.07 dosong@newspim.com |
날씨가 추워지며 겨울 간식이 거리 점포 매대에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겨울 간식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과 상인들이 눈치싸움을 하는 등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붕어빵뿐만 아니라 함께 겨울 국민 간식으로 알려진 찐빵 가격도 부쩍 올랐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찐빵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요즘 주변 만둣집은 찐빵 가격을 천원씩 다 올린 추세"라며 "우리 가게는 신규 운영점이라 혹시나 손님들 불만 있을까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인들은 겨울철 간식 가격이 오른 이유를 두고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겨울 간식의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연이은 고공 물가를 타고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러나 7일 뉴스핌 취재 결과, 해당 문제는 원재료 가격의 상승에 따른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협회에 따르면 9월 기준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6.9% 상승했다. 밀가루 원재료 가격이 같은 기간 19.8% 하락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또한 밀 선물가격이 지난해 5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톤당 419달러까지 올랐지만 지난달 27일 기준 196달러까지 내려가 오히려 원재료 가격은 대폭 내려간 상황이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상인들 고민을 이해한다"면서도 지나친 가격에 난색을 보였다.
서울 성북구 인근 대학 학부생 김민혁(24) 씨는 "확실히 예전보다 가격이 너무 올랐다. 붕어빵 한 개 가격이 1000원이면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대학생에게는 겨울 간식마저도 소소한 사치"라면서도 "서민 음식치고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물가가 올라 상인들도 부담이 될 거 같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여의도 인근 직장인 김모(25) 씨 역시 "밀가루 가격 때문에 상인들이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고 들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너무 과도하게 가격이 올라가면 가뜩이나 고물가 시대에 시민들의 구매 수요가 줄어 언젠가 붕어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기업들이 탐욕으로 상품·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 상승을 가중시킨다는 뜻)이 국민 간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우-러 전쟁 당시 국제 밀 가격 상승에 편승해서 기업들이 일제히 밀가루 가격을 올린 적이 있다. 문제는 국제 밀 가격이 하향했음에도 오히려 밀가루 가격은 올라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간에서 밀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제분 기업들의 문제"라며 "최근 세계적인 기업 패러다임은 고객과의 지속가능성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이윤만 추구하는 전근대적인 경영 철학을 바꾸지 못한다면 공생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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