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높지만 안전성 이슈 있어
표적 유전자 아닌 다른 유전자 편집하는 오프타깃 '한계'
FDA, 효과 더 중요하다고 봐
업계서 연구 성과 계속해서 나오는 중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가 허가받았습니다. 미국의 버텍스 파머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세러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겸상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 '엑사셀'입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가 허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지금까지 승인받지 못했던 이유는 안전성 때문입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한 부위를 정확히 타깃해 유전자 편집을 할 수 있는 기술인데요. 문제는 원래 목적으로 했던 표적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를 편집하는 '오프 타깃 이펙트(off-target effect)'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 최다 '유전자 가위' 특허 보유 줄기세포 치료제 바이오 기업 엔세이지가 트롤리고에 가입했다. [사진=STX] |
환경을 임의로 관리할 수 있는 실험실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훨씬 잘 기능할 수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만 없앨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 사람의 몸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몸에서 계속해서 분열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세포에 손을 댄다면, 어느 부분과 연관돼 부작용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FDA는 지금까지 높은 기준을 갖고 완벽에 가까운 데이터를 요구했습니다.
최근 FDA는 기조를 바꿨습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만든 치료제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효과가 더 크다면 기술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봉희 엔세이지 대표·가천대학교 교수는 "FDA의 승인 덕분에 연구개발 지형이 개선될 것"이라며 "그전에는 완벽하게 100점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기업도 규제기관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부작용 허들이 낮아지니 이를 맞출 수 있는 회사가 상당히 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희귀질환 치료제에 한정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데이터가 축적돼 비교적 파악하기 쉬운 병에 사용할 것입니다. 특정 아미노산만이 변형돼 유전적인 질병이 생기는 경우에 말입니다.
정확도를 높이면 효능이 떨어진다지만, 업계에서는 안전성을 개선한 연구 성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툴젠은 Nature Chemical Biology지에 효능을 유지하면서 특이도를 높인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월에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방안도 발표했죠. 계속해서 연구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 크리스퍼 가위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는 툴젠, 지플러스생명과학, 진코어, 엔세이지 4곳 뿐입니다. 아직 치료제 임상 단계에 들어간 회사는 없지만, 상용화될 경우 그 가치는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가 워낙 적을 뿐더러 성장성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가위로 가공한 치료제를 갖고 고칠 수 있는 유전질환이 3만5000개입니다. 안전성 문제가 해결된다면 제약바이오 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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