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반복되는 CEO 교체 이슈 털어내야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여러 논란속에 진행중이다.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 전 국민연금공단의 공정성 문제 제기, 최정우 회장의 연임 포기, 사외이사들의 호화 해외 이사회 혐의 수사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 전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던 국민연금이 정작 여러 문제가 나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직접 '공정성과 투명성'을 말하며 포스코그룹의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후추위는 오는 24일 외부인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자문단의 후보 평가 결과를 반영, 10명 안팎의 '숏리스트'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 발생했다. 우선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 7명 전원은 물론 최 회장과 '롱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까지 '초호화 해외 이사회 출장'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후추위는 현재 선정된 후보는 물론 자문단, 후보 선정 기준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투명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만한 사안이 있음에도 국민연금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선임 절차가 진행되기 전 관련 사안을 지적했던 국민연금이기에 지금의 침묵은 더 의아하다.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점은 하나다. 최 회장의 연임 가능성 유무다. 김 이사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이야기를 할 때는 최 회장의 연임 도전 가능성이 클 때였다. 하지만 이후 후보군에 최 회장이 빠졌다는 것이 알려졌고, 공교롭게도 국민연금도 침묵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조용한 이유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기 어렵다. 다만 정황상으로는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인물, 즉 최 회장의 연임을 막았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재계에서는 만약 후추위에서 최종 선정한 후보가 국민연금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아닐 경우, 후추위에 대한 수사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문제를 삼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이는 국민연금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무기로 내세워 스스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소유분산기업의 CEO 자리를 정권이 좌지우지하려는 오래된 악습이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이를 위한 선봉장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KT나 포스코 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이슈가 발생할테고, 그만큼 국부에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지난해 장기 경영공백 등 우여곡절 끝에 KT가 새로운 CEO를 선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포스코도 같은 일을 겪는 게 아닐지 우려했고, 점점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당시 본 기자는 칼럼에서 KT나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도 엄연한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정권 입맛대로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내용의 글을 다음 정권에서 또 쓰게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