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 특성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요구
시류 따라서 전공 선택 비율 높아
학생들 적응도 어려워…휴학 비율도 높아
"올해부터 급하게 적용 안돼"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교육부의 무전공제 확대 방침에 전국 인문대 학장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대학 커리큘럼에 해외의 여러 제도가 혼재했을 뿐 아니라, 각 대학의 상황이 달라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무전공제를 도입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국인협)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사인협)는 24일 서울대학교에서 '교육부 무전공 모집 정책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현재 진행되는 무전공 모집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학사 제도의 수립과 운영을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전공은 1학년 때는 적성을 선택하지 않고 자유롭게 강의를 듣다가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교육부는 2009학년도에 '자유전공학부'로 도입된 무전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올해 실시되는 2025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수도권 대학이 모집정원의 20%, 국립대가 25%를 전공 구분 없이 모집할 것을 요구했다. 방침을 따른 대학에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 중 4426억원을 지원한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24일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국인협)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사인협)가 서울대학교에서 '교육부 무전공 모집 정책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을 제목으로 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4.01.24 hello@newspim.com |
강창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장은 여러 교육 제도가 혼합된 한국에서 무전공제를 일괄적으로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학장은 "한때는 미국식으로 전문대학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했다가, 현재는 학부로 내려와 유럽식의 고등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대학들에서 운영하는 무전공 모집 시스템을 접목한다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제일 큰 것은 1년 동안 적성을 찾으라는 취지지만 시류에 따라서 전공 선택하는 비율이 높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무전공제를 현장에 도입했을 때 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도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강 학장은 서울대의 자유전공학부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자료를 뽑아보니 학과로 모집한 학생과 2학년 이후 자기 전공을 찾아가게끔 하는 학생 중 전자가 자퇴나 휴학을 하지 않았다"며 "무전공 모집을 이상적인 제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우려를 표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무전공제에서 학생들을 관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있다고 전했다. 양재용 강원대학교 인문사회디자인스포츠대 교수는 다 통합해서 학과가 없다 보니 1학년 학생들이 관리되지 않는다"며 "200명 학생들이 들어왔을 때 무전공을 관리하는 교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강 학장도 "(서울대 인문대에서는) 반 제도를 운영하고 지도 교수를 배정하는데, 이 경우 2학년 때 자기 전공으로 진입한 후 정체성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며 "학과에서 동료들과 소통하고, 선후배들과 소통해서 본인의 역량을 키울 기회가 없어지는 셈이다. 사회 진출해도 반 중심으로 만났던 교우 관계를 유지하고 선후배 사이가 사회에서 잘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 학장은 "일부 대학은 무전공 모집해서 성공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대학이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하드웨어는 물론 건물, 교수진, 이에 맞는 커리큘럼도 짜야 하는 만큼 하더라도 적절한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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