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 회장 경영권 승계 등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장
法 "지배력 강화·합리적 사업구조 방안 검토는 자연스러운 것"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미전실)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과 삼정회계법인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회계방식 변경을 통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15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던 시기 완성된 이른바 '프로젝트 G'라는 승계 계획에 따라 이 회장의 최소 비용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에 대한 약탈적 합병 등이 이뤄졌고, 이를 이 회장과 미전실이 전단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승계 작업은 검찰 주장과 달리 삼성물산 주주의 손해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전실은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다른 여러 방안과 아울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한 점은 있지만 시행되지 않은 방안도 있고, 합병도 시기 판단을 유보하거나 양립하기 어려운 방안을 계속 검토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합병 추진 과정에서도 합병 전 삼성물산의 성장이 정체돼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고, 경영진·미전실과의 협의 등을 거쳐 합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실질적으로 심도있게 검토해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승계 작업 일환으로 미전실에서 주도해 손해를 입혔다는 검찰 주장은 배치되는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검찰은 소위 지배구조, 계열 분리 등이 기재돼 있는 점 등에 비춰 프로젝트 G가 약탈적 경영 승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각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업구조 방안 검토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종전에 내부적으로 검토한 지배구조 검토안 중 이건희 전 회장의 사망으로 막대한 상속과 아울러 순환출자 등 외부 규제 등에 대응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약탈적 불법 구조 합병 과정, 승계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시점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이뤄졌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합병 비율·시점을 정하는 데 있어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모직에 유리하게 임의로 정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또 평가 과정 전반에 걸쳐 평가 결과를 조작했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혐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날 법정 출석·퇴청길에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 회장 측 변호인이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