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애플 아이폰 지원금 요구...현실성 낮아
가계통신비 인하 위한 꼼꼼한 설계 필요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이통3사가 삼성전자 갤럭시S24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고액 요금제를 사용해도 지원금 규모가 20만원선에 머물렀던 '짠물 지원금'이 최대 57만원까지 올라갔다.
[사진=김지나 기자] |
제조사와 이통3사가 정부의 단말기 부담 완화 요구에 즉각 화답한 것이다. 정부는 이어 애플코리아에도 지원금을 통해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 "애플이 아이폰에 지원금을 풀까요?"라고 질문을 던져보면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삼성전자는 통신사로 제품을 넘길 때 출고가를 모두 받는 것이 아니라 일명 '벌크 할인'을 해 줘 할인된 가격에 통신사에 제품을 대량으로 넘긴다. 제품을 받은 통신사는 마케팅 재원을 활용해 공시지원금을 책정해 최종 제품 판매가가 결정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통3사로 제품을 넘길 때의 할인 폭은 각 사의 영업기밀이라 알 수 없다"면서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물량을 받는 만큼 제품 할인 폭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애플은 이통사로 제품을 대량으로 넘길 때 할인해주지 않는다. 이에 통상 아이폰에 대한 이통3사의 공시지원금은 낮게 책정된다.
애플 입장에선 지원금 없이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애플 팬층이 단단하게 굳어진 상황에 굳이 한국만 지원금을 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가 애플에 한 아이폰 지원금을 지급해 단말기 구입 부담을 낮춰달란 요구가 현실성이 낮아 보이는 이유다.
갤럭시S24 역시 정부의 요구로 이통3사에서 공시지원금을 상향 조정했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이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이통3사가 지원금을 상향 조정한 어떤 요금제를 선택하더라도 단말 할인보다 월 요금 25%가 할인되는 선택약정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부의 통신정책 방향은 명확해졌다. 통신사와 제조사를 압박해 단말기 지원금을 높이는 한편 단통법을 폐지하고 제4이통을 통해 통신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로드맵이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정책이 과연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는 허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정부의 통신정책 방향이 단순히 총선 표심 공략을 위한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 위해 통신정책의 방향성을 뒷받침할 만한 꼼꼼한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