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사비·반도체 인력 수급문제 등 남아있어
반도체 공조 강화...韓반도체 지원은 '미미'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급망 투자에 60억 달러(한화 약 8조원)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지며 앞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삼성전자의 공조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글로벌 공조가 더 깊어지는 만큼, 한국 역시 그에 맞는 반도체 산업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이어진다.
18일 업계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60억 달러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지원안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상무부는 인텔엔 100억 달러, TSMC엔 50억 달러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미국 반도체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 달러(약 52조원)을 지원하도록 규정했고, 이 가운데 280억 달러를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은 자국 내로 첨단 반도체 생산망을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정책과도 맞물린다.
반도체 기술력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패권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대만, 일본, 한국 등 미국 우호국 중심으로 반(反)중국 전선을 확대하는 한편, 아시아에 퍼져있는 반도체 생산망을 본토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기업들 역시 미국에 반도체 생산망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170억 달러(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해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TSMC 투자 규모는 400억 달러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공장 구축에 필요한 인건비 등 공사비가 치솟고 있는 상황은 불안요소다. 또 향후 반도체 전문 인력을 미국 내로 영입하는 것 역시 비자 문제 등과 맞물려 우려가 남아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요구로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보조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향후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해 들어가는 높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큰 혜택이 아닐 수 있다"면서 "현재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이 인력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데, 반도체 공장 역시 같은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경쟁국들이 반도체 생산 공장을 자국내로 흡수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으며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은 비교적 미미해 이것이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으로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약 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였지만, 이 법안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며 앞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대만, 한국 등의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에 대한 공조는 강화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공조와 맞물려 반도체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반도체 지원 제도를 보다 전향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