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면허정지 유연 처리' 韓 요청 즉시 수용
'2000명 증원 재검토' 두고 여전히 평행선
"무한 책임은 정부에...韓이 총대 메야"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두고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핵심 의료진인 전공의들이 증원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떠났고, 의대 교수들도 '준법투쟁' 형태의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여전히 정부는 '2000명 증원' 입장을 고수한 채 각 대학별 의대 증원 배분을 마쳤다. 또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도 예고한 상태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장기화되며 국민적 피로감을 넘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을 이끌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1.23 photo@newspim.com |
한 위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피해 볼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의료계도 정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말씀을 전했다.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드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같은날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한 위원장은 오늘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중재 의지를 윤 대통령이 즉각 수용하며 면허정지 강행과 같은 파국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권 내에서도 결국 모든 국가 갈등의 최종 책임은 정부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한 여권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료개혁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있다"면서도 "의료계가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 게 맞을지라도 결국 의료시스템 붕괴에 따른 국민 피해에 대한 무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주말이 지나기 전까지는 출구전략에 대한 실마리가 나와야 한다"며 "국민들은 '의사들이 이기적이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에 대해서는 선거를 통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26일 한 위원장의 예방 당시 의료개혁 출구전략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및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논란에 더해 의료개혁 갈등이 장기화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권 후보들도 대통령실을 향해 의료계와 어떻게든 접점을 찾을 것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는 YTN 라디오에서 "2000명 증원을 성역으로 남기면서 대화하자고 하면 진정성이 없다고 다들 느낄 것"이라며 "필요한 의사 수를 계산해서 점진적으로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증원하자"고 말했다.
윤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서울 용산 후보도 CBS 라디오에서 "궁극적으로 2000명으로 가더라도 2000명에 도달하는 것을 조금 미룰 수도 있고, 점진적으로 할 수도 있다"며 "유연성을 보이는 것이 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의사와 정부간 갈등이 심화되는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의대 교수의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3.25 choipix16@newspim.com |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의 '유연한 처리와 협의체 구성' 지시에 따라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접점을 찾고 있지만 '증원 2000명'을 두고 양측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결국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출신 여권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듣기에 '섭섭한' 메시지를 내는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매우 오래되고 깊다"며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뚝심'이지만 여권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에서 총대는 결국 한 위원장이 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위원장도 지난 27일 긴급 현안 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규모 조정을 포함해 대통령실에 중재안을 제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의제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걸로 배제한다면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말하며 2000명 증원에 대한 '원점' 검토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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