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하 연기 등 연쇄파장 우려
월가 "이스라엘 대응이 핵심 변수...유가도 중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5차 중동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가와 채권 등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충격에 투자자들이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나 미국이 일단 확전을 경계하는 입장인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시장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며,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 및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 그칠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서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는 등 보복의 악순환이 발생할 경우 유가 급등 및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하 시점 연기 등의 연쇄 파급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스라엘 대응 주시하며 숨 죽인 시장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사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월가가 가장 우려하던 리스크였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우려하던 확전 리스크가 일단 현실이 된 만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미국채나 달러화, 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의 자산 이동이 빨라지는 한편 증시는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이미 투자심리에 한 차례 찬물을 끼얹은 상황에서 중동위기가 불거지면서 주말을 지나 시장이 거래를 시작하면 일단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유가가 치솟거나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뒤바뀔 정도의 중장기적 타격이 초래될지를 두고서는 이스라엘의 대응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플러리미 웰스 패트릭 암스트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같은 순간에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면서 "이스라엘의 반응에 따라 투자자 반응도 달라질 수 있는데 이스라엘이 지금보다 긴장을 더 키우지만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위험자산을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베룸 전략가 호아킴 클레멘트는 "앞으로 며칠 간 증시는 중앙은행 소식이나 경제 지표보다는 지정학 리스크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 중동 사태가 확실히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증시 랠리는 일단 멈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더나스 캐피탈 CIO 알폰소 베니토는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막아낸 만큼 큰 시장가격 하락은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방산업체와 유가, 휘발유 가격은 오를 수 있고 항공주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채권 가격은 오르겠지만 (금리 인하 지연으로) 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며, 최근 몇 달 간 가격이 오른 상품들의 부분적인 조정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 유가 100달러 돌파 예상…달러·금·채권도 강세 전망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상호 보복 사이클을 주시하면서 동시에 유가를 가장 중요한 시장 잣대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레이더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봉쇄해 물류와 석유 공급 등에 모두 차질이 생겨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춘지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는 넘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다만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중국이나 OPEC플러스가 생산을 확대해 유가 상승 압력이 다소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아시아 거래에서 브렌트유 선물 6월물 가격은 배럴당 90.21달러로 24센트 빠졌고,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38센트 내린 85.28달러를 기록했다.
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안전자산인 채권과 달러, 금 값은 모두 상승 지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국채의 경우 에너지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가격 상승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고, 최근 2400달러를 돌파한 금 값 역시 일단 투자 수요 증가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2022년 말 이후 최고치로 오른 미 달러화 역시 미뤄진 연준 피벗 전망에 더해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뱅크오브뉴욕맬론 선임 전략가 제오프 유는 "최근 CPI 지표 이후 나타났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달러 추가 축적 여지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