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교수 "자본주의국가에서 의료만 사회주의 제도"
정지연 사무총장 "의료의 공공성 측면 헤아려야···상종 쏠림현상은 사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이에 반발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자리를 비운 현 시점에서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앴다. 전국 어디서나 빠른 교통편으로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할 수 있었던 터라 3차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
이로 인해 지방에 있는 1, 2차 의료기관들의 운영이 어려워지며, 다시 지방의료 붕괴로 나타나는 악순환이 발생해 왔다. KYD의료개혁 제3탄은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과 정책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을 초청해 대담을 나눴다.
최기영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가 의료계 전문가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의료를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국민 입장에서 문제를 분석했다. 사회는 이형기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캡처=뉴스핌 유튜브 채널] (왼쪽부터)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이형기 서울대 교수, 최기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
최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수가를 해결하려면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유일한 사회주의제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우리 경제 규모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총장은 의료 소비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체리피킹' 현상을 인정하면서도, 건강보험제도가 갖는 보장성 자체를 무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료의 공공성을 상기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장점을 모아 우리나라만의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래는 토론 전문
-(이형기 교수) "오늘 주제는 이제 의료 전달 체계입니다. 최 교수님 의료 전달 체계라고 하면은 무엇을 말하나요? 또 한국의 의료 전달 체계는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떤 식으로 운영돼 왔나요?"
▲(최기영 교수) "의료전달체계는 의료 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적시에 적정인에 의해 적소에서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라고 정의합니다. 최고의 진료가 아니라 적정 진료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1989년 7월 1일 전 국민 의료보험과 함께 권역 진료의뢰제도라 불리는 한국의 의료전달체계가 실시됐습니다. 그러나 9년 뒤 1998년 김대중 정권 때 권역 진료의뢰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는 유명상실한 제도로 전락했습니다.
1차 의료기관이란 의원을 얘기하고 2차 의료기관이란 병원이나 종합병원, 3차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즉 대학병원을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1차 의료기관, 2차 의료기관을 거쳐 3차 의료기관으로 가게 되어 있으나 1차 의원에서 쉽게 상급병원 진료 의뢰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3차 의료기관의 접근성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최고로 높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1, 2차 병원의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3차 의료기관이 제일 크고 제일 시설이 좋은 병원이니 3차 병원 가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소위 국민 눈높이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의료 전달 체계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경우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중 의료급여 대상자입니다. 이들은 1차에서 3차로 건너뛰면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당연하지만 긴급을 요하는 응급실 분만실 같은 곳은 의료전달 체계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응급환자와 산모는 의료기관의 크기에 상관없이 바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직행하여야 합니다"
이 "정지연 사무총장님 제가 모두 발언에 이제 이재명 대표의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 이송 과정을 통해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말씀드렸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소비자 전문가 입장에서 현행 한국의 의료 전달 체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지연 사무총장 "의료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언뜻 보면 굉장히 장점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의료전달체계에 굉장히 한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료 소비자가 원하는 비용을 일정 부분 지불하면 상급종합병원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한다는 부분이 저희같이 소비자 운동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의료대란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의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에 대해서, 저와 일반 국민들도 경험하고 학습하며 체득한 상황입니다.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서 이제 경증 환자 같은 경우는 1, 2차 의료기관을 통해서 단계적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부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의 환자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는게 의료 소비자들에게 훨씬 더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자유롭게 이용했던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는 부분들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사무총장님 말씀은 흥청망청 썼는데 이제 갑자기 가뭄이 드니 이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래서 오히려 이 사태를 기회로 삼아 정부도 또 의료계도 또 특히 의료 소비자도 이게 흥청망청 써도 되는 게 아니라고 하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될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는 뜻이지요"
▲(최) "정 사무총장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소비자연맹에서 소비자들의 이기적인 그런 마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가 지속할 수 있도록 그런 공공성을 강조하시는 점에서 또한 의료 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가시적인 활동을 쭉 해오신 것에 대해서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의사들도 의료 공급자이지만 역시 환자이고 환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보험 건강보험 제도가 지속 가능하게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일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 "그리고 앞서 최 교수님께서 1, 2차 의료기관에 대한 그런 신뢰를 회복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희도 소비자 대상으로 해서 조사를 해보면 왜 1, 2차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 자꾸 상급종합병원을 가려고 하느냐고 소비자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어쨌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진료 등 여러 부분들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의료전달체계의 그런 부분들을 원활하게 시스템화하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되는 과제들이 1차 의료에 대한 수준을 높이는 부분, 그래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1, 2차 의료기관을 통해 상급병원으로 가는 것을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최 교수님, 정 사무총장님 말씀해 주시는 한국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어떤 정책을 시도 또는 실시해 왔나요?"
▲(최) "정부도 많은 정책들을 실시해 왔습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습니다.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 도입을 하면서 의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비해서 대비해서 행정구역과 생활권을 반영한 진료권을 설정했습니다.
1998년 기준으로 의료보험증에 표시된 중진료권이 138개가 있었습니다. A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던 B가 다른 진료권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보험자의 승인을 받도록 했던 제도가 권역진료의뢰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의료 이용의 지역화와 단계화를 위해 진료권을 설정하여 운영한 것이며 1차 진료 즉 시군 단위 중진료권의 경우 환자들은 중진료권 내 모든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2, 3차 진료는 대진료권으로 도 단위입니다. 대진료권의 경우는 1차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진료 의뢰서를 제출하여야 했습니다.
타 대진료권, 그러니까 다른 도로 가서 3차 의료기관 이용 시에는 진료 의뢰서 및 타 진료권 진료 확인서를 추가로 제출하여야 했습니다. 이 권역 진료의뢰제도는 도농 간 의료격차 해소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역 간 공급 불균형에 따른 의료 불평등 문제가 부각되면서 1998년 김대중 정권 때 규제 개혁 차원에서 진료권 제도를 폐지하고, 과거 1차와 2차를 합쳐서 부르던 것을 1단계 요양급여로 바꾸고, 과거에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부르던 것을 2단계 요양급여로 구분해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2단계 요양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요양급여 의뢰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미제출 시에는 건강보험 수가 기준 금액으로 본인이 전액을 부담하여야 합니다. 단 응급환자, 분만, 치과 진료, 가정의학과 진료 등은 요양급여 의뢰서 없이 직접 이동이 가능하다고 건강보험 규정에 못 박혀 있습니다.
진료권 폐지 이후 의료접근성은 높아졌으나 제약 없는 의료 이용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가속화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서 환자는 많은 진료비를 지불하면서도 도떼기시장 같은 환경에서 진료와 상담을 받으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희귀, 난치질환 치료와 연구 교육에 쏟아야 할 역할을 외래 경증 질환 진료로 분산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지역의 병의원은 대형병원으로 이동한 환자 대신에 비급여 환자에 집중하며 진료 수익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메르스를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메르스를 대응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의료 관련 감염대책 협의체를 운영했습니다. 동 협의체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의 과다 이용을 개선하고 올바른 의료 이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정부는 이 권고를 반영해서 2016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운영하며 의료전달체계 개편 전략에 대해 집중 논의했습니다. 비록 이견 발생으로 권고문 채택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종별 구분과는 구별된 기능 중심 의료기관, 즉 도로 1, 2, 3차로로 구분하는 것과 유사한 기능 중심 의료기관의 도입이 제안됐습니다. 즉 1차와 2차를 묶고 3차와 구분하는 2단계를 예전처럼 1, 2, 3차로 개선하는 그런 안이 제안됐는데 정부는 이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이 되면서 정권이 바뀌는 일도 생겼습니다.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소위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의료 이용 부담이 감소하면서 질병의 중증도에 상관없이 무작정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심각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의료계, 국회, 언론 등에서도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 요구가 계속되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면서 2019년 9월 4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의료전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체계 전반의 점검과 개편이 필요하나 우선 상급병원의 기능에 맞지 않는 환자 증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기 대책부터 수립하였습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 대책은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을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두었으며 다음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째, 상급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충실히 진료할 수 있도록 평가와 보상 체계를 개선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는 유리하게 경증 진료는 불리하도록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과 수가를 개선하였다' 말이 복잡한데 중증 진료에 대한 수가는 올려준 건 없고요. 경증 환자 수가를 깎았습니다. 그래서 상급병원에서 경증 환자 진료 보는 것이 불이익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두번째로 환자가 적정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의뢰 제도를 내실화하고 경증 환자와 중증 치료 이후 관리 중인 환자의 지역 병의원 회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였다', 즉 의원에서 3차 의료병원으로 왔을 경우 환자를 회송하도록 권장하였으나 병원이 강제적으로 입원하고 있는 경증 환자를 2차나 1차 병원으로 보내는 유럽에서의 의사의 권한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회송을 활성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실이 없었습니다.
'세번째로 환자의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하고 지역 의료 해결 역량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상급병원을 이용하는 경증 환자의 외래 진료비 부담이 수가 조정으로 감소하지 않도록 기존 60%이던 환자 부담 비율을 100%로 조정했다', 이 얘기는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으면 그 수가를 깎았잖아요?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원보다 더 싸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거를 보전하려고 환자 부담률을 60%에서 100%로 올렸지만 그전에 대학병원 올 때에 내던 진료비보다 전혀 올라가지가 않았기 때문에 3차 병원 쏠림에 대해서 전혀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 "최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지난 한 20수년 동안의 한국의 의료 전달 체계 정책에 일종의 백과사전을 이렇게 읽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잘 요약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사무총장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 또 의료 전달 체계를 효율화하려고 하는 정책이나 다양한 어떤 부분 조정이 과연 효과적이었나요? 만약에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 "최 교수님 말씀하셨던 부분 중에 제가 한 10년 전쯤 기능 중심의 의료 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부분들에 조금 관여를 했었는데, 그때 그 개혁이 성공했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상급종합병원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어떻게 보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부분들이 필수 의료의 붕괴라든지 그런 부분들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상급 종합병원들로 소비자들이 쏠리게 된 부분에 있어서는 다양한 규제 완화 등의 영향이 있겠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1, 2차 의료기관이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부분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상급 종합병원을 가야 나의 병을 고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작동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KTX 같은 교통의 변화도 일정 부분은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실손보험이 일정 부분 의료시장의 왜곡을 시킨 주범이라는 생각이 있는데요, 실손보험이 등장을 하면서 비싼 진료비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한 것들이 맞물렸습니다.
또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진료를 굉장히 많이 해야 일정 부분 유지가 되는 그런 낮은 수가에 대한 부분들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 중에서도 필수의료 수가를 너무 낮게 가져간 것이 결국은 지금 의료 대란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래서 실손보험과 엮이면서 개원을 했을 때 사실 돈을 더 많이 버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 이런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붕괴를 가져온 또 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 "우리나라의 의료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를 제외한 사회 모든 분야의 근간은 자본주의인데 의료제도만이 홀로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의대교육, 전공의 수련, 개인 의원 및 병원까지 개인이나 민간 법인의 영역이고 국가가 투자한 공공의료 영역은 5% 이내인데 유독 의료 정책은 죄다 사회주의 정책입니다. 국가가 의료기관 단연 지정제, 다른 말로 강제 지정제 및 단일 수가 제도를 강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회주의 정책인데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도 자본주의인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 정책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공론화하거나 국가적인 합의를 이룬 적이 없습니다.
미국은 의료를 민간재로 보기 때문에 계약을 바탕으로 모든 의료 행위가 이루어지는 반면 영국은 의료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국은 각 지역이 가지는 의무와 권리를 정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항을 보면 정부는 의대생 교육비, 전공의 수련비, 의료기관 설립 등을 지원하며 의사 월급도 정부가 주며 의료 분쟁은 영국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가 개입하여 해결합니다.
국민은 주치의를 통해서만 상급 의료기관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특정 지역에서 폐암으로 진단되면 그 지역에서 수술이 가능한 병원 내에서만 선택해야 하고, 다른 지역의 특정 병원으로 전원을 하면 NHS는 더 이상 지원하지 않고 자비로만 가능합니다. 의료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배급에 기반해서 제공되며 환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인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의료자원 분배의 결정권을 의료인이 가집니다. 예를 들면 응급실이나 입원실 내에 경증 환자에게 하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명할 권리를 의사가 가지며 환자는 이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근데 우리나라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부는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로 수가 통제 등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금 중 일부가 건강보험재정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교육비 지원 등 의료제도 운영을 위해서 정부가 수행하는 특별한 의무가 없습니다. 국민은 의료기관 선택권을 무한으로 가지며 의료보험은 적게 지불하지만 의료 분쟁이 발생하면 고액의 배상금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의료인은 환자의 요구 사항을 의학적 중증도에 따라 판단하여 거절할 권리가 없습니다. 의료분쟁으로 인한 형사 기소 건수가 일본의 147배, 영국의 580.6배에 이르고 있으며, 의사들이 수시로 법정 구속되고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은 의료가 아예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의료인에 대한 정부의 권한 행사에만 의료가 공공재라는 논리가 작용하지만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나 국민이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가 없습니다. 공공재라는 이름으로 권리는 정부가 행사하고 책임은 의료인이 지는 구조입니다."
-(이) "네 알겠습니다. 제가 한국 의료전달체계 말씀을 이제 질문을 드렸는데 다양한 배경, 그 문제점들을 같이 최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의료 공공재, 또 의료인을 양성하거나 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데 정부의 기여가 없으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하는 게 문제라는 요지의 말씀인데, 정 사무총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 "영국의 사례를 주셨는데 영국의 모델을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동의하기는 조금 어렵고, 우리나라 하고는 완전히 시스템 자체가 다릅니다. 저는 의료의 공공성과 관련해서는 일단 면허제도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일정 부분 공공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면허제라는 것은 일정 부분의 사람들만 그 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어쨌든 인정해 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측면에서의 부분이 일정 부분 공공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건강보험재정을 통해서 일정 부분 관리가 된다는 측면에서는 저는 의료의 공공성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료계 입장에서도 수가 등의 부분들에 있어서 개선돼야 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은 저도 갖고 있고요. 다만 전공의의 수련과 관련된 부분은 일정 부분 공공성을 갖출 수 있도록 수련의 방향이 변화돼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 의료 대란 사태를 겪으면서 사실 깜짝 놀랐었던 부분들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의 의존도가 이렇게 높았다는 것이고요. 전공의의 수련 과정 중에는 사실 이게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의료의 공공성이라는 부분들을 체험하기에 사실은 굉장히 그 환경이 열악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수련 과정에서부터 일정 부분의 공공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공의의 수련 과정을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송과 관련해서 말씀을 주셨는데 사실 의료 소송이라는 부분들이 의료계 입장에서는 지금 이 사태를 계기로 해서 모든 의료 책임이나 이런 부분들을 좀 더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우려의 생각을 갖고 있고 저는 필수 의료에 대한 부분들과 관련해서 응급환자들을 보는 과정에서, 또 산부인과라든지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가 충분한 의료적 행위를 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와 관련해서의 일정 부분 면책은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걸 계기로 확대해서 소송과 관련된 부분들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의료 소비자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사실 동의하기가 조금 어려운 측면들이 있습니다."
▲(최) "제가 소송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주장하는 게 모든 의료행위의 면책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무과실 소송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무분별하게 형사 처벌받는 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의사 면허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의사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면허로 의료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고요. 국가가 의사들에 대해서 공공성을 요구하려면 의대 교육 그리고 전공의 교육에 국가가 기여하는 게 있어야 그런 거를 요구할 수 있지, 교육비에 하나도 투자 안 하고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그러는 거는 문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결국 의료 전달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아무나 상급병원에 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뜻이고요. 경증으로 진료받을 때 병원비를 더 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과연 현실적일까요? 국민들이 동의할까요? 최 교수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입니다. 1, 2차 의료기관에 비해서 3차 의료기관은 진료비가 훨씬 더 비싸야 하는 것이 의료 전달 체계 유지를 위해서는 상식입니다. 2019년 9월 4일 시행된 의료 전달체계 단기 대책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증 환자의 외래 진료비를 기존 60%에서 환자 부담을 100%로 조정해서 현재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가가 워낙 싸기 때문에 전혀 임팩트가 없어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증 환자의 비율은 효과적으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2017년 문재인 정권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선택 진료비 제도를 없앰으로써 3차 의료기관 접근이 더욱 심해지고 원래의 의도와 정반대로 대학 교수 진료 예약은 심한 경쟁 때문에 오히려 예약이 더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의료에서 언제까지 특냉면은 못 먹고 일반 냉면만 먹어야 할까요? 냉면을 먹을 때 삶은 달걀은 항상 반쪽만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계란 하나를 다 요구하거나 회무침을 추가로 주문하는 선택권이 주어져야 할 정도로 이제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성장에 걸맞은 국민의 선택권도 증진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하향 평준화가 정답인 시절은 지나갔다고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써 주장합니다.
아울러 위암 수술 경험이 수백 수천 건인 명의와 처음으로 위암 수술을 시작하는 젊은 외과 전문의의 수술 수가가 동일하다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판단합니다. 전문 분야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전문의별로 제공하는 서비스 수가에도 차등을 두어서 차별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 사무총장님, 이게 같은 맥락에서 결국에는 아까 수가 문제도 말씀을 해 주셨는데 중증이나 응급 질환의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야 한다라고 이제 얘기하는데 결국 그렇게 되려면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이게 현재 상황에서 가능할까요?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정) "필수 의료의 수가를 높이는 부분은 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이 되고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는데 상급종합병원을 가려고 하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 가격으로 통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기가 좀 어렵고요.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꼭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이 가는 것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지, 가격으로 이걸 통제하겠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서 중증의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되는 부분입니다. 지금 건강보험재정 상당수가 만성 질환 환자들의 치료비에 이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건강보험에 대한 보험료를 소비자들이 더 지불하고 보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야 이 건강보험에 대한 어쨌든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고, 보장률의 강화를 통해서 가계의 의료비 부담에 지출의 부담을 좀 낮출 수도 있을 거라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은 저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될 부분이라고 봅니다."
중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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