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랜차이즈에 여러 점주단체 교섭권 부여
'과도한 요구·협상에 산업 생태계 망가져' 우려
매장 100개 이하 영세 본사 90%...연쇄 폐업 전망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가맹본사가 죽으면 점주도 죽습니다. 왜 이렇게 못 살게 구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입을 틀어막고 숨통을 죄는 시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사를 상대로 한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개별사업자인 점주단체를 노동조합과 같은 법적 단체로 인정하면서 점주단체의 요구만 있으면 단체 수와 무관하게 가맹본사에 강력한 단체협의 의무를 강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및 협의개시의무화' 본회의 직회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04.25 leehs@newspim.com |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및 협의개시 의무화'를 다룬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정무위원회 위원 24명 중 15명의 위원들이 찬성표를 던졌고 국민의힘 소속 위원 7명이 불참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소규모 가맹본사들이 도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2013년부터 10년여간 매년 가맹본부를 옥죄는 법안이 발의됐고 21대 국회만 해도 약 30개 법안이 상정됐다"며 "사실상 표를 얻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가맹사업법을 내놓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국 9000여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가운데 가맹점 100개 이하인 영세한 곳이 90% 이상"라며 "약자인 가맹점주를 위한 법안이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영세한 가맹본사가 대부분이고 본사가 무너지면 점주와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구조다"라고 강조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가맹사업법에 대한 프랜차이즈업계의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최 의원은 개인 점주 등이 포함됨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이다. 그는 해당 법안이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악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최 의원은 "예컨대 30개 이상 가맹점을 설득 시 교섭권을 가진 단체 설립이 가능해질 경우 지금의 산별노조와 같이 여러 점주 단체가 난립해 본사에 과도한 요구와 투쟁을 일삼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본사는 점주단체 설립 기준에 못 미치는 30개 이하 소규모 가맹점만 운영하려 할 것이고 프랜차이즈 산업 생태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국내 가맹사업법 규제 현황. [자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
프랜차이즈업계는 현행 국내 가맹사업법에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규제가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가맹산업법에는 ▲사전정보제공 ▲가맹금 예치제·반환제 ▲계약해지규제 ▲광고판촉 사전동의제 ▲영업시간규제 ▲과다위약금 처발 ▲예상매출액 제공 ▲가맹점주단체 협의개시권 등이 의무화돼 있다.
또 오는 7월부터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물품 구매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필수 구매품목 종류와 가격 산정방식 계약을 의무화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갑질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개정된 필수품목 공급 협의 의무화 법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며 "해당 제도 시행 이후 경과를 살펴보고 가맹사업법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와 학계, 가맹사업자, 점주 등 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합리적 대안을 숙의하고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