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주식전환 청구권 선택 유력
주가 가치 희석…재매각 더 어려워질 듯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영구채 중도 상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중도 상환 대신, 주식 전환을 진행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HMM의 재매각을 고려하면 채권단의 계획도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영구전환사채 1000억원에 대해 중도상환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상환 예정일은 오는 24일이다.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HMM] |
HMM이 영구채 중도 상환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금리 때문이다. HMM이 상환 예정인 영구채는 오는 23일부터 표면 이자율이 기존 연 3%에서 6%로 올라간다. 채권 발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스텝업 조항이 발동된다. 해당 영구채는 지난 2019년 5월 24일 발행된 바 있다. 중도상환 청구이 채권 발행 5년 후부터 사용 가능하다.
여기에 향후 매각 시 미칠 영향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HMM은 지난 2월 영구채 문제로 매각이 최종 불발되는 일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HMM이 영구채 중도상환 시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해당 전환사채 외에도 올해 하반기 2개, 내년 상반기 1개의 중도 상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세부적으론 올해 5월(195회)과 10월(196회), 내년 3월(197회)이다.
문제는 채권단의 반응이다. 채권단은 HMM의 움직임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영구채 상환보다는 주식 전환 청구권 사용에 무게감을 더 두고 있는 셈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HMM의 중도 상환이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HMM 매각 공고에 답이 있다"며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중도 상환 요청을 안 받아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산은은 잔여 영구채 전환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난해 HMM 매각 공고문을 살펴보면 주식 전환을 계획한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 산은과 해진공은 HMM 매각공고에서 영구채 주식 전환 계획을 반영해 매각대상 지분율을 38.7%로 추산했다. 이 비율은 나머지 영구채를 모두 주식 전환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올 수 있다.
만약 채권단이 주식 전환을 할 경우 주식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기존 주가의 가치가 희석된다.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HMM 재매각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문제도 그렇고, 보유 현금도 넉넉한 상황에서 HMM은 영구채 중도 상환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채권단이 예고했던 것처럼 주식으로 계속 전환하면서 HMM 재매각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니 타협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