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새벽 북한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이번 푸틴 방북이 동북아 지정학 역학 구도에 '극히 깊고 장기적인 영향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관영 선전(深圳)위성TV의 특약평론가이자 홍콩의 시사평론가인 류허핑(劉和平)은 선전위성TV 산하 즈신원(直新聞)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사실상 동북아 지정학적 구도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류허핑 평론가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24년만에 북한을 방문한 것은 24년만에 북한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며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몇 가지 문제에 직면했으며, 북한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나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의 질과 양이 높아지고 있는 데 더해,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적대국에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이번 방북은 서방에 대한 억지력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류허핑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멀지 않은 장래에 종료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봉쇄와 제재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러시아는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해제하도록 압박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는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다.
류허핑은 "미국의 그 동안 대북 봉쇄는 군사기술, 식량, 에너지 등 3가지에 집중됐었다"며 "러시아가 이들 3가지 측면에서 북한을 풀어준다면, 미국의 대북 제재는 무력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며, 안보리의 대북제재 역시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훗날 서방세계가 북핵문제에서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내려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요구할 수 있을 것"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북러 양국이 자동개입을 전제로 하는 군사동맹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안보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자동개입은 상대국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상호 즉각 개입한다는 의미다. 그는 "자동개입을 전제로 하는 군사동맹은 전략적인 운신을 좁힌다는 측면에서 북러 양국 모두 원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러 양국은 한미일에 더 큰 억제력을 가할 수 있는 안보 분야에서 특별한 관계를 맺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판도에 극히 깊고 심각한(極其深遠) 영향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북한이 북러 관계 발전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군사기술, 식량,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원해왔고 지금도 원하고 있었지만, 러시아로서는 북한으로부터 대가로 얻어낼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인해 러시아가 어느 정도 북한에 의지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북러 양국은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며 이로써 양국은 관계 발전의 기회를 맞게 됐다"고 해석했다.
19일 새벽 북한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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