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아세안 장관회의 계기 한·중 장관 회담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고위급 소통 활발
조태열 "한·중 관계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국면"
왕이 "중·한은 뗄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
[비엔티안(라오스)=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6일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연쇄 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조 장관은 취재진에 공개되는 회담 모두 발언에서 "한·중 관계가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양측이 지금의 동력을 이어가 신뢰를 쌓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한이 그간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중·한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6일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연쇄 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중국 외교부] |
조 장관은 이날 약 40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북한이 복합 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 장관은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탈북민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도 요청했다.
왕 부장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외교장관이 대면한 것은 지난 5월 13일 조 장관의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며, 북·러 신조약 체결 이후로는 처음이다. 왕 부장은 이날 북·러 밀착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 간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두 장관은 또 최근 한·중이 활발한 고위급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다양한 수준의 교류를 통해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나가면서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기로 했다.
이날 두 장관의 만남은 지난 25일 서울에서 제10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열린 지 이틀 만에 열린 것이다. 양국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만난 이후 양국 외교·국방부가 참여하는 외교안보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등을 잇달아 개최하면서 고위급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월 13일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국외교부 홈페이지] 2024.07.26. |
이처럼 한·중 간 소통은 활발해졌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여러 현안에 대해 서로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날 조 장관과 왕 부장의 만남에서도 공개된 발언 내용만 갖고 보면 이전에 있었던 여타 한·중 간 고위급 대화에서 오갔던 말과 다른 것이 없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 내용이라도 양국 외교 수장 간의 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고위급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중 간 대화에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정책적 변화 기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중국의 의도에 대해서는 말보다는 행동을 봐야 한다"면서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러 신조약 체결 이후 중국이 한국과 고위급 소통 채널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이전보다 적극적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한·중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opento@newspim.com